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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_문학동네_요즘의 내게는 힘겨웠던 단편소설들

by 쭈야해피 2019.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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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 책 읽다가 덮기, 덮은 책 다시 펴서 들여다보다가 다시 포기하기. (간신히 한장씩 한장씩 넘기기)

- 드라마 챙겨보기, IPTV 무료 영화 보기.

- 아침에 샐러드와 커피 챙겨먹기. (나름 아침 밥도 챙겨먹는 부지런함)

- 콕 박혀있는 나를 불러주는 친구를 만나러 나가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들어오기.

딱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사회생활과 문화생활과 의식주를 감당하고 있다. 잉여인간이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의 내가 잉여인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ㅎㅎㅎ ;;

아직은 이렇게 무너져있는 채로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과 결론을 지난주에 수긍하게 되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해봐야 금방 탄로가 나고 말테니까. 나는 아직 '전혀 괜찮지가 않다'라는 것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시간도 방식도 다 다를 것이다. 사람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도 그럴거 같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나는 깊은 상처를 치유한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대로 꽁꽁 싸매고 저마다의 방에 품고 있는 거 같다. 치유는 누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거 같다. 정답은 없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유난히 읽기 힘든 수상집이었다. 유난히 죽음과 이별과 상처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인간 본연의 두려움과 폭력과 거짓과 순수가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럴때 마다 나는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고, 그래도 다 읽어야 다른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펼쳤다. 그러고는 서너장을 넘기곤, 또 다시 덮기를 반복했다. 어렵고 힘겹게 모두 다 읽었다.

어떤때는 단편소설의 이야기보다, 작가들의 노트가 더 재미있기도 했고 기발하기도 했으며, 어떤 내용은 뒤에 실린 평론가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깊이있게 읽히기도 했다. 모두 다 읽고 보니, 역시나 나는 이렇게 기발한 젊은 작가들의 발톱의 때만큼도 이야기를 꾸려나갈 능력이 없구나... 싶어서 좌절과 낙심의 상태가 되었다.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고 작가를 꿈꾸는 일도 아무나 할 수 없음에 분명하다.

 

박민정 작가의 '세실, 주희'는 주희가 세실 같고 세실이 주희 같으며, 서로가 닮아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서로를 불편해하다가 서로, 아니 주희가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뭐가뭔지 헷갈려하며 ... 내가 느꼈던 어떤 사건과 감정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의든 타의든 내가 행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 순간, 댕!!! 혼란과 자책과 부정과 수긍과 무감정의 굴레로 빠져든다.

가끔 어떤 누군가가 굉장히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 나는 그 사람과 굉장히 비슷한 사람이지 않을까? 돌아본다. 아마도 맞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자신의 깊은 내면이 굉장히 불쾌하고 불편하며, 그 심연을 들여다 보기를 거부하며 살아간다. 자기자신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행동과 진실은 그 불쾌한 어떤 누군가를 통해 보게 될 수도 있다. 

 

임성순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pg. 67

여긴 기회의 땅이니까. 이곳으로 유학을 와서 이곳 예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이곳 교수와 평론가 눈에 들어 이곳의 작가로 데뷔하는 것이다. 실력과 운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었다. 슬프게도 그런 작가가 나와 일할 이유가 없을 뿐이었다다. 나는 지금까지 내게 운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운 이전의 문제였다. 이곳은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나 같은 이에게까지 자리를 허용할 정도로 그 기회라는 것이 넓지 않았다. 내 위치는 그저 일회성 기획으로 한국 관련 기획전을 할 때 그림을 빌려줄 사람 정도로 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무슨 대단한 정치인양 착각학 있었다. 그게 싫다면 이 세계의 영원한 승리자인 자본으로 기회의 문을 강제로 열어젖히면 되는 것이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어설픈 돈으로 어설프게 비비며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pg. 83

경고. 결코 겁에 질리지 말 것. 그리고 나는 노신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것이 쇼든 현실이든 답은 늘 같았다. 모든 건 결국 돈의 문제였으니까. 어둠이 정수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걸 라이선스 할 수 있을까요?" 칠흑 같은 침묵이 파르르 떨렸다.

팸플릿이 도착했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제목 옆에는 이렇게 인쇄되어 있었다. '서울展.'

 

작가노트, <하여 광고를 하겠습니다>

pg. 89

이 그럴듯한 말을 날티 나게 풀어보자면 '그저 한 명의 글 노동자가 청탁을 받아서 썼을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노트라니 정말 가당치도 않죠. 그런데 왜 계속 쓰냐고요? 이 작가노트에도 원고료가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고료가 지급되는 글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입니다'라 말하며 분량을 줄이는 대범한 인간은 못 되거든요. 받은 돈만큼 최대한 쓰는게 작가가 노동자라 믿고 있는 나름의 프라이드입니다. 그리고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이 글은 올해 제 신간들이 나온다는 광고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까 미리 말했죠. 작가노트 같은 건 꼭 읽을 필요는 없다니까요.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pg. 106

해주를 잃고 해주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납득하기 힘든데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다. 관공서에 들러 신고서를 작성하고 통신사나 각종 계약 건들을 해약했다. 그때마다 사유를 물어서 그간의 정황을 설명하고 어색한 위로를 들어야 하고 다시 실무적인 절차와 과정을 숙지해야 했다. 나로서는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남들에겐 당연하게 보이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종종 다리가 저려서 밤에 잠들기 어려웠는데 진찰 결과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뜨거운 물에 반신욕을 하면 좋다거나 우유나 멸치가 수면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누군가는 그것 말고 육류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불면증이 심하다고만 했을 뿐인데 내 손을 붙잡으며 햇빛을 자주 쐬고 특히 고기를 먹으라고, 이럴 때일수록 잘 먹고 잘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다 기어코 참지 못하고 은행에서 화를 내버렸다. 도장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고함을 질렀다. 다시 말해요? 그게 어디 있는지 진짜 모른다니까 그거 모두 그 사람이 보관하고 관리했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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