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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도어 - 철문처럼 굳게 닫힌 80대 육체노동자의 벽너머에 존재한 것들

by 쭈야해피 2020.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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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구매하게 된 카피라이트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여성 작가가 여성 인물로 다시 쓴다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2015 <뉴욕타임즈>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되었다고, 광고중이었는데. 역시 마케팅의 강력한 요소는 카피라이팅과 디자인~

 

어김없이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여성 캐릭터 버전이라고? 오오오옹!! 그럼 당연히 사야지~하고 샀다. 익숙하지 않은 헝가리 문학이었지만, 뭐 별거 있겠어~ 하고 샀더니.. 아니이런 별게있었다. 나는 헝가리의 역사문화를 거의 모르지 않겠나~ 온전히 이해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책의 중반부 이상 넘어가는 동안, '어렵네 어려워,,' '카피에 마케팅에 속았네..'이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천천히 정독을 하고 있었는데, 책의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에메렌츠와 소설속 저자'의 감정에 이입하면서 미친듯이 고통스러웠고 좌절하게 되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평론가의 추천 글을 읽으면서 '아! 그리스인 조르바와 정반대되는 여성 캐릭터! 그렇지만 충분히 대적할만한 인물!'이라는 것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것이 이 이야기 속에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엄청 공감을 했는데,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평은...

 

어떤 철학책 한 권을 읽는 것 보다

 더 깊은 곳을 들여다 보고 나올 수 있다.

 

 

 

 

pg. 28

그녀에게는 항상 다른 일 혹은 일정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있었다. 철저하게, 하지만 빠르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그녀의 삶은 하루 24시간을 꽉 채웠다. 벽 사이로 그 누구도 들여놓지 않았지만, 그녀 집 앞마당에는 온갖 소식이 다 모여들었다. 그 앞마당이 마치 통신실이라도 되는 양 모든 사람이 그곳에서 죽음, 스캔들, 기쁜 소식, 재앙 등 온갖 소식을 나누었다.

...

누구에게 어떤 영양분의 음식이 필요한지 길에서 듣게 된 소식에 따라 그녀는 그 모든 사람들에게 보양식을 제공했다. .. 따라서 에메렌츠는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항상 알고 있었고, 그녀의 행동은 그것의 일방적인 실행일 뿐이었다.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예술은 전혀, 스포츠에 대해서도 문외한이었다. 길에서 알게 된 불륜건들은 듣고만 있었지, 어느 한쪽을 편들지는 않았다. 일기예보는 기꺼이 챙기곤 했다. ... ...

 

책을 다 읽고 나서 28~29페이지에 서술된 에메렌츠의 행동 특징에 대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그녀의 모든 행동들을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설 책을 다 읽고 나면 주인공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고, 애정이 저절로 생기곤 하는데, 이 책도 역시나 에메렌츠에 대한 깊은 동경과 동정과 애정이 남게 되었다. ... ... 안타깝고 시렸으며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우며 슬프고도 고결한 무엇...

소설 속 인물인데 왜?라고 치부하기에는 무언가를 건드렸다고나 할까... 김탁환 작가님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의 주인공 달문에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는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지만, 혹시 내 곁에 저런 사람이 있다면 어땠을까?... 정말 누구라도 사랑하고 따르며 애달파하지 않았을까..

 

나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인간이라면 에메렌츠와 같은 한구석을 가지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아니 동경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그래야한다고 하기에는 지금 세상은 너무 멀리 와버린거 같다. (이미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린 내가 참 밉다.)

 

pg. 149

반反인텔리주의자, 그러니까 에메렌츠가 언젠가 그 자신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을 수도 있고, 이 표현을 알거나 사용했을 법도 했으나 그랬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반인텔리주의자, 그녀가 바로 그랬다. 에메렌츠는 반인텔리주의자였으며, 그녀의 의식 속에서 오직 그녀의 감정들만 가끔씩 예외를 행했다. 이른바 물렁한 양반 세상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독특하게 형성되었는데, 그녀의 눈에는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할 일을 수행하지 않고 타인이 그 일을 대신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즉시 인텔리겐치아로 인정되었다. 이는 말하자면, 과거든 지금의 새로운 세계(사회주의체제)든, 그 속의 사회적 구조에서 새로운 잣대들이 금권계층의 탄생을 약속하는 것으로 그녀는 보았다.

반인텔리주의자, 냉소적이고, 헌신적인 그녀의 양날같은 성격을 형성한 숱한 고통의 생을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읽게 된다면, 1,2차 세계대전을 몸으로 고스란히 견뎌낸 한 여인이 그 순간순간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도 상상해 낼 수 있었으면 한다.

수많은 표시들이 책에 남겨져 있는데,,, 한 번에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꼭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읽으리라 다짐해 본다!!!

 

 

 

 

영화나 드라마는 갈수록 가벼운 것들이 좋은데, 소설이나 책은 갈수록 이런 깊은 것들이 좋아진다. 무슨 심리일까나...

무언가 후회와 회환이 가슴속에 가득히 남아버린 이야기 속 저자처럼, 그렇게 후회하고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그 누구에게나 돌아보면 실수투성이와 용서받지 못할것 같은 잘못들로 가득한 일들이 남아있기 마련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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