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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2권 다시 읽기

by 쭈야해피 2017.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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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도 다시 읽었다. 2011년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무엇을 생각했었을까? 정말로 새로 읽은 것처럼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는 분명 미국에서 여행을 다녀와서 마지막 1학기 수업을 남겨 놓고 있었을 텐데... 무슨 마음, 어떤 기분으로 읽었을까? ..

2017년 6월에 <1Q84> 2권을 읽고 있는 나의 기분은 나의 마음은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할 것들을 찾아야만 하고, 현실은 오늘은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덴고나, 아오마메 처럼 놓치지 않아야 할 인연이 있다면 꼭 기필코 찾아서 잡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처럼 기필코 찾아야할 인연이 없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평생을 생각하는 사람이나 상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잊고 있었던 혹은 굳이 깊숙이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한 번쯤 들추어 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소리를 종종 깨닫게 된다. 내안의 나에게 귀기울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죄의 시작일 수 있고, 인생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바쁜 일상과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살이에 자아를 두눈 뜨고 살펴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굳이 그 힘든 여정을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독서는 그 여정을 시작하게끔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역설이지, 바쁜 세상살이에 독서가 꼭 필요한 이유는 자아를 발견해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 주는 행위의 시작이다. 라는 것이 말이다. 삶이 바쁘고 복잡할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가까이 해야만 한다. 안 바쁘고 안 복잡하면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고, 스스로 자아를 자주 들여다 볼 수도 있을텐데... 아이러니. 어쨌든 내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다는 건 필요한 일이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에 일조한다.

1Q84는 두개의 세계 아니지, 어느순간 변해버린 세계에 발을 딛게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같은듯 달라진 세계. 하지만 피와 심장이 살아있는 세계. 그곳에서 나를 위해할지도 모르는 어떤 힘에 의해 사라지지 않으려면 특별해야한다. 그들이 위협하지 못할만큼의 특별한 무언가를 계속 찾아서 발전시켜야만 한다. 변해버린 세계에 들어왔다는 것도, 내가 가진 특별함이 무엇인지 찾아 발전시키는 것도 모두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주 극소수에게만 주어진 재능(?)이겠지. 그 기회(?)의 제공자는 인연 혹은 의지와 사랑일 수도 있다.

3권을 읽어야할 시간이다. 조금 더 바빠졌고, 조금 더 의욕적인 삶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도 책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기록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주 오지 않는 조금은 여유로운 이 나날들에 스스로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다시 위험에 빠지게 될 내일들을 위해...    

 

제 1장 아오마메 (Q 거긴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동네였어)

pg. 30

"나는 완전하게 건전한 시민이야. 청렴결백, 오점 하나 없지. 게이이기는 하지만 그건 법률에 위반되는 건 아니야. 세금은 내라는 대로 꼬박꼬박 냈고, 선거 때는 투표도 해. 내가 투표한 후보자가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주차위반 벌금 역시 전부 기한 내에 냈어. 속도위반으로 걸린 일도 최근 십 년 동안 한 번도 없고. 국민건강보험도 들었어. NHK 수신료도 은행 자동이체로 내고 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카드도 갖고 있어. 현재로서는 그럴 생각이 없지만, 만일 내가 원한다면 삼십 년 상환으로 주택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내가 그럴 수 있다는 걸 나는 항상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지금 이 사회의 초석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권총의 수배를 부탁하고 있는 거야. 그건 알고 있어?"

 

제 2장 덴고 (Q 영혼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pg. 36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세계의 일이지."

 다마루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하고 아오마메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알지?"

 

제 4장 덴고 (Q 그런 건 바라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pg. 99

어려서부터 친구인 두 사람은 몇 년 전에 사정이 있어 신앙을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 교단을 떠나 현실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덴고가 본 바로는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세계에 뭔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태어날 때부터 좁고 긴밀한 커뮤니티 속에서 자란 탓에 보다 넓은 세계의 룰을 받아들이는 게 몹시 어려운 일이 된 것이다. 그들은 자주 판단력에 자신감을 잃고 곤혹스러워했다. 신앙을 버리고 해방감을 맛보면서도, 자신들이 잘못된 결단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회의를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pg. 104

 그뒤 오랫동안 덴고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행동의 결여를 후회했다. 그 소녀에게 했어야 할 말들을 이제는 얼마든지 마음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하고 싶은 것, 말해야 할 것들이 덴고 안에는 분명하게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녀를 어딘가로 불러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한 기회를 만들고 그저 약간의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덴고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제 21장 아오마메 (Q 어떡하지?)

pg. 521

 그리고 아오마메는 갑자기 깨달았다. 덴고다.

 그럴리가 없다고 아오마메는 생각한다. 그녀는 짧고 단호하게 몇 차례 고개를 젓는다. 어처구니없는 착각일게 뻔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일이 마침맞게 일어날 리 없어. 그녀는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가 없다. 신체 시스템이 혼란에 빠졌다. 의지와 행동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 다시 한번 남자를 잘 봐야 해. 하지만 왠지 눈의 초점을 맞출 수가 없다. 어떤 힘이 작용해 좌우의 시력이 돌연 크게 달라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얼굴을 크게 일그러뜨린다. 어떡하지?

드디어, 두 주인공이 만났다. 아니지 인지했다. 서로 가까이 있음을. <연금술사>의 그것처럼 '무언가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그 가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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