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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당신이 꿈꾸는 집은 어떤 곳입니까?- 건축학개론

by 쭈야해피 2012.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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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고 싶어서 엘에이 CGV에도 들어오길 무던히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흠! ... 이젠 여름방학이 와버렸다.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할테니, 더 기다리긴 무리겠다 싶어서 그냥 다운받아서 봤다. (연휴에 할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넘 좋은 영화라 담에 뒤늦게 개봉하더라도 영화관에서 다시 한 번 더 봐야겠다... 싶다. :) 나도 별점 4개반은 주고 싶은 영화다!

 

20살 풋풋한 그들의 첫사랑이 15년만에 재회하게 되었다. 그 어린날들의 치기어린 약속들이 하나둘 다시 되살아나고, 결국은 지켜주고 싶었던 그 약속을 어렵사리 지켜낸다.

 

그때는 사랑을 몰라 어떻게 고백하는지도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건지도 몰랐기 때문에 더욱더 가슴 절절히 원했던 건지도 모른다.

일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내 꿈을 이뤄내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몰라 더욱더 간절히 내 일에 몰두했는지 모른다.

그게 사랑인지 꿈인지 내 운명인지 내 소명인지도 모른채 그렇게 달리다보면 벽에 부딪힌다.

30대 중반...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그들이 스무살에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이 30대중반에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이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 일을 그 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만약이라는 단어는 참 허망스럽다.

내 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내는 영화와 책은 참 고마운 작품이다. 생각하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고 또 다음의 나를 그려보게 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글을 쓰게 만들고, 좀 더 잘 쓰고 싶어 고치게 만든다.

 

"건축학 개론"을 보기 전에, 얼마전 "남자의 자격"(내가 매주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3개의 TV프로그램 중 하나이다.)에서 '남자 건축을 말하다.'라는 편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꿈꾸는 집이란 정말이지 자신의 성격과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아빠의 직업은 건축업자였다. 은어로 이야기하자면 '막노동', 속어로 이야기하자면 '노가다' 내 글들에 종종 소재로 사용되는 우리 아빠의 삶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나는 아빠를 떠올렸다. 딸들은 아무래도 아빠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운것 같다. 건축업을 하셨던 우리 아빠는 종종 설계도면을 집에 들고 오셨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람들은 건축가(architect) 즉, 그 설계도면을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실재 건물로 만들어낼지를 지시 감독하는 사람이다. 반면, 건축업자는(constructor) 그 도면대도 건물을 짓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 기억에 우리아빠는, 혹은 8~90년대에는(?) 소규모로 집을 짓는 사람들은 그냥 건축주(집의 경우이다. 어디까지나...)가 대충 원하는 집을 설명하면 아빠는 어딘가로 가서(설계사무소겠지? 아마도...) 이야기해주고, 도면을 받아왔던거 같다. 암튼, 내 기억 속에 아빠는 손으로 쓱쓱 대충 설계도를 그려서 설계도면을 어딘가에서 받아와 집을 지었다.

우리집도 그렇게 지었다. 내가 17살이던 해니까... 15년 전이다. 창문이 한쪽 벽면을 가득채울 만큼 크고, 주춧돌이 다른집보다 1.5배 높은 집을 짓다가 아빠는 2층에서 떨어지셨다. 그리고 그 해 겨울 집이 완공된 이후로  IMF가 찾아왔고, 아빠는 더이상 건축업을 하지 않으셨다.

 

나는 한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다. 꼬맹이때부터 마당과 장독대가 있는 주택에 살았다. 기억이 또렸한 유아원생 이전부터 1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살았고,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이사한 이층집이 엄마랑 아빠가 아직도 살고 계신 고향집이다.

엄마는 항상 편리한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셨지만, 아빠는 닭장에서는 못산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유년시절을 그렇게 보내서인지...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좋다. 마당이 있으면 더 좋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나이가 들면 꼭 ...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꿈을 꾼다. 나도 늘 막연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바다가 보이는 창이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창문 블라인드 하나 한 쪽으로 젖히기 힘든 곳에 살고 있지만 말이다.

집은... 우리가 꿈꾸는 집은 따뜻하고 추억이 쌓이는 사람이 사는 집이겠지?

나도 그런 집에 대한 꿈이 있다. 아빠처럼 엄마처럼 ...

각자 다른 꿈을 꾸더라도, 집은 집이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내 유년시절 추억이 있는 곳.

나도 나중에 내 아이에게 그런 집을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다.

내 고향집은 옥상에 올라가면 바다가 보인다. 조금만 가면 손에 잡힐 듯한 파란바다가 거짓말처럼 옥상에 올라서는 순간 펼쳐진다... 봄이오면 도시 가득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에 마루에 누워있으면 마당에 있는 커다란 석류나무에 붙은 매미소리가 집안을 가득채웠다. 아빠가 오는 해질 무렵엔 대문앞에 있는 흰둥이가 반갑다고 짖는 건지,,, 아빠가 아무리 조용히 하라고 해도 끝까지 따라다니며 짖는... 내 고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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