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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memories of the period)/샌디에고(SD) Story

갑작스런 비와 반달

by 쭈야해피 2010.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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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12월에 3주간 아리조나로 떠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9시 가 넘어서 3명의 여자들이 만났다.

매운 새우요리(?)를 간단하게 먹고, 밖으로 나왔더니...
어라? 비가 온다. 젠장... "." 바로 옆 찻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10시부터 시작된 수다는 1시가 다 되어 가게가 문 닫을 준비를 할 무렵 끝이 났다.

비가 와서일까? 밤 늦은 시간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일까?
넓은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한국 이었더라면, 이 젊은 사람들이 다들 술집이란 술집에 빼곡히 들어 앉아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랬을 것이다.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는 중국인 커플이 서로 카드를 가르쳐주며 싸우는 목소리 마냥
그렇게 3시간을 카드게임을 하더라.
복도를 지나 우리 앞 테이블에는 미국인과 아시안계 남자아이 둘이서 또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 뒷테이블은 남자친구들 4명이 모여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여튼, 그렇게 10테이블이 넘는 카페안 테이블은 젊은이들로 가득가득했다.
참, 색다른 기분이었다. 나와는 사뭇 다른 정서...
하지만 나와 참 잘 맞는 건전한(?) 기운이랄까?... 하하... 난 술을 잘 못 마시니까...

클럽에서만 나올것 같은 음악비트에 맞춰, 소리높여 수다를 떨었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빗소리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우리들의 수다는 달콤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줄 것은 무엇이 좋을 지,
이번 겨울에는 그 계절이 가기 전에, 스키장에 가서 꼭 보드를 배워야겠다는 언니들에게 꼭! 그러자며 장비구입부터 보드 배우는 방법에 대해서까지... 하하하.. 너무 떠들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목이 잠겨버렸다. 하하... 나는 수다쟁이 인가 보다. LA에 가서 떡볶이를 사먹고 와야 한다느니, 이번 Happy new year party는 꼭! 호텔에 가자고 저번부터 했던 약속을 다짐 받는 일, 요즘 듣는 수업이 어떤지,,, 미국 비자를 그냥 로터리로 받을 수 있는 나라 이야기 등등 ...
그렇게 떠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도 언제나 그 끝은 아쉽다. 하하... 역시,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헛으로 나온 것은 아닌가 보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는 샌디에고의 마른 땅을 다 적셨고,
그렇잖아도 추운 기온은 더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잠깐 그친 비 사이로 돌아오는 길, 밤 하늘엔 하현달이 떠 있었다. 구름 사이로 뜬 달이 내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 하늘위로 또렷이 보였다.
그 달을 보는 순간,,, 아, 나는 지금 외롭구나... 그런데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두 가지의 감정이 동시에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지?? 나도 의문이지만 정말 그랬다. 아마도 정말 좋아하지는 않지만, 비라는 존재가 줄 수 있는 이상한 감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비가 정말 싫지만, 가끔은 그 비가 참...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이렇게 건조한 지역에 살게 되면서, 마른 기침이 계속 나오는 나날을 지내다 보면, 비는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시시때때로 내려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런데, 그 감정이 아마,,, 나는 외롭고, 또 행복하구나. 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촉발제가 되는 것 같다. 외롭지만, 그럼으로 사람을 찾게 되는... 그렇게 해서, 그 사람들로 인해서 행복이라는 기분을 또 느끼게 되는 상황인것 같다.

이곳에 살면서, 참 외롭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요즘같은 명절기간이면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추석때 제대로 전이나 떡이나 명절음식을 먹지 못하고, 평범한 나날을 보냈었을 때도 그랬지만, 미국사람들은 다들 명절이라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데, 나와 내 주위 지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 때,,, 암튼, Thanks giving day 연휴 동안 내내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다들 유학생들이 그렇게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아 참 속상했었다. 서로서로 외롭다라는 단어를 하하하... 수도 없이 내뱉었으니... 이제 내일이면 길고 길었던 연휴가 끝이 난다.
나도 그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그만 생각해 내야겠다. 그리고 또 다시 일상에서 치열하게 버텨야겠다. 그럼 요즘 매일같이 꾸는 악몽도 사라질 것 같다.

한동안 오늘 본 반 달이 내게 준 묘하고 야릇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나는 외롭지만, 그러므로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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