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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note)/꿈(dream)

<스크랩>다시 불거진 방송구성작가 무용론,,, : 꿈은 어디로

by 쭈야해피 2009.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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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방송작가(구)방송문예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bc 구성작가협의회에서 긁어왔습니다-

다시 불거진 방송구성작가 無用론, 이제는 대답해야 할때다

글_정영미 편집위원

방송가에 겨울이 깊다. 강풍과 한파가 좀처럼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가을 개편 당시 저녁 5시부터 7시 방송을 재방송으로 편성했던 MBC나 유명 작가에 초특급 배우들까지 캐스팅됐던 웰 메이드 드라마가 광고 1개라는 치욕(?)을 경험한 KBS나 그나마 잘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던 SBS의 뜬금없는 부도설까지,
상식을 뛰어넘는 방송사의 초강력 예산절감 긴축경영과 방송 편성이 놀랍고,
걷잡을 수 없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의 형편이 안타깝고, 여의도를 뒤덮고 있는 흉흉한 소문들이 심장을 뛰게 만든다.
바야흐로 경제 논리가 방송의 질과 방송 제작 전 과정을 쥐고 흔드는 처참한 현실이
지금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20년, 방송작가의 역할

지난 20여 년 간 방송 제작과정에서 제작진을 괴롭힌 가장 큰 외부적 요인은 정치적 문제였다. 정권의 이익을 대변하라는 주문,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을 홍보하라는 강요, 거짓과 오류를 가려내려고 할 때마다 대를 위해 소는 잠시 희생해야 한다는 무언 유언, 무형 유형의 압력과 지시가 바로 최근까지 분명 방송가에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방송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방송으로 글로 심지어 온 몸으로 저항하고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신념과 원칙이 흔들리는 PD들에게 원칙을 상기시켜주고, 압력과 강요에 맞서 사실과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PD의 동반자였다. 그런데 작가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방송사는 공채로 뽑았다는 이유로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기자, 모든 PD에게 프로그램 제작을 맡겨놓았고,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작가와 외부제작요원들로 하여금 채우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때로 작가는 PD보다 더 잘 프로그램을 파악하는 존재, PD를 지휘하는 존재,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PD와 작가, 두 축으로 형성된 현재의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은 촬영과 연출, 편집이라는 PD의 역할과 기획, 구성 원고라는 작가의 역할로 구분되면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정치 문제라기보다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2008년 여름까지만 해도 KBS MBC의 재정적자가 그렇게까지 심각한 지 잘 알지 못했다. 힘들다, 힘들다 말은 많았지만 KBS에 천억 대 누적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들어왔던 이야기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로 나라 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리자 방송사들은 경영위기를 강조하며 예산 줄이기에 착수했다. 가을의 일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건이 이렇게 발전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방송사가 적자를 내세우며 제작비를 삭감하는 일 또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월을 지나면서 사태는 걱정의 단계의 넘어 방송작가들의 생존을 위해 진지한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IMF의 경험



방송구성 작가는 방송에서 어떤 존재인가?

2008년 12월 KBS에서는 IMF 직후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비가 많이 투여된다는 이유로 드라마 편수가 줄어들었다. KBS의 대표적 다큐멘터리에서는 기존 작가들의 이름이 사라졌다. PD들이 직접 구성하고 원고까지 쓰라는 윗분들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현재 몇몇 자료조사들이 원고를 쓰는 것 외에 작가들이 투입되지 않고 있다. 시사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작가 수를 줄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유는 하나, 제작비를 줄여야 하는데 다른 항목에서는 줄일 것이 없어 작가를 내보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KBS 작가 원고료가 10% 내지는 15% 일괄 삭감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심지어는 KBS 경영자들이 앞으로 2~3년 내에 작가 없이 프로그램 제작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는 유언비어까지 생겨났다. 한마디로 돈을 잘 벌 때는 운전기사도 두고 파출부도 두고 편하게 살았지만 돈을 못 버니 다 내보내고 스스로 청소하고 운전하며 살겠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존재가 진정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었는가. PD들이 좀 편하려고 고용한 비서일 뿐이었는가.

방송사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질 때마다 그들은 방송작가의 존재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다. 언제든 과거 20년 전, 30년 전처럼 PD와 기자만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방송작가의 존재에 대한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작가 없이 일해 보면 스스로 깨닫겠지’ 하는 자신감에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았던 과거 태도가 후회스러울 정도로 지금은 구성작가의 위기상황이다.

작가의 자리를 찾기 위한 행동을!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까. 그동안 방송작가협회가 끊임없이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여전히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방송사도 프로덕션도 계약서를 원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작가는 새벽 인력시장의 일일 노동자만도 못한 경제적 관계에 놓여있다. 아무리 원고료가 높고, 그들이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 아무리 대히트를 쳐도 한마디 말로 잘라버릴 수 있는 존재. 지난 20여 년간 그 불안한 고용관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식 계약된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점은 끝까지 작가를 당당하지 못하게 만든다. 계약서 한 장 없는 상태에서 늘 해고의 이유는 작가의 불성실, 작가의 능력 부족이다.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데 따르는 책임은 없다. 아예 양심의 가책조차 없어 보이는 이들도 있다. 방송사와 PD들은 철저하게 그들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는데 작가들은 자존심과 자신의 능력만을 너무 믿은 결과다.

문제 해결은 작가들의 몫

그동안 무수히 많은 억울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작가들은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대응을 자제해 왔다. 사안에 따라 내막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이 너무도 각각 특별하다보니 작가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데 다들 조심스러워했다. 개별 팀마다 조건이 다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다 다른데 작가는 이 개별적이고 특수한 상황조차 다스려 조절할 능력이 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길 거부했다.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을 작가들 스스로 거절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작가는 밟아도 찍소리 하나 내지 않는 집단으로 인식돼버렸다. 계속되는 밤샘 일정 속에 친구조차 제대로 사귀질 못해 방송가에서 작가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함께 고민해주는 집단, 그런 조직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간혹 도움을 주는 PD나 집단이 있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당장 자신의 생존권이 위태로운데 남의 일까지 나서줄 이가 없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는 작가들 뿐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 마치 한 편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듯 우리는 사태를 확실하게 알기 위해 모든 정보를 취합해야 하고 정보의 진위를 파악해야 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근원을 따져봐야 한다. 문제의 전모를 파악했다면 해결 당사자를 찾아 담판을 벌여야 하고, 만약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차후의 방법까지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방송가 여러 조직과 연대를 시도할 일이다.

최근 방송가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원칙도 상식도 가장 기본적인 목표도 버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밥그릇만 챙길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움직인다. 여기에 작가들마저 부화뇌동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작가의 존재를 거부할 때조차 입을 다문다면 영영 비겁자로 남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노력과 정성을 쏟은 선배들과 원대한 꿈을 갖고 달리고 있는 후배들을 외면한다면 방송구성 작가들의 역사와 미래는 어떻게 남겨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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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나는 놀고 있는 작가다.

일을 옮기려고 했던 시기와 방송사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겹쳐 벌써 2달 째 논다.
위의 글을 읽고 옮겨오면서, 내 생각과 많이 부합하는 부분들을 색으로 입혀봤다.

나는 지난해 9월에도 잠시 놀았다.

이 이야기는 결코, 헛된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서, 누군가는 겪고 당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나는 종종 꿈을 잃고 방황하면서 다른 일을 해볼까 하면서 지낸다.
(많은 작가들이 그런 생각으로 힘들어 할 것이라 생각된다. 동병상련...)

언론법 개정!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정당한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런데 현재 만들어지는 TV 프로그램들조차
최소한의 경제논리와 사회정의가 부딪히며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앞으로는 더 심각해 질 것이고,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것...
경제 논리에 의해 내 꿈은 더 산산히 부서질 것만 같다는 이 느낌은
어떻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나 역시, 방송쟁이라 그들과 함께 조그만 소리라도 내고 싶어 글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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