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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독서감상문] 2019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_그때 그 생각으로 이끌어 주는 마법같은 이야기들

by 쭈야해피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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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1, 2로 나누어 감상문을 쓰게 되었다. 그럴 의도도 생각도 전혀 없었는데.

 

단편소설의 매력은 적당히 작아 보이는, 별일 아닌 것 같은 일인데, 또 생각해보니 흔히 일어나는 일인데, 대단히 매력적인 줄거리도 아닌데, '어라... 뭐지?' 이것 저것들을 생각나게 하고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특별히 나의 경우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일들이나 사회면면을 들여다보고 싶게 할 때 '오~ 좋은데?' 하고 느끼곤 한다. 

 

2019 젊은작가상 수상작품들은 내 경우에는 종종 생각했던 일들, 경험했던 순간, 알 것 같은 느낌을 담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주 잘 읽혔고, 다 읽고 나서도 이것 저것들이 쉽게 연속해서 생각났던 것 같다.... 

 

소설의 힘은 내가 생각했었더라도 쉽게 잊었던, 그리고 다시 돌아보지 못했던 그 사건들을 당장 내 눈앞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것 같다. 특별히 그래야 할 이유는 없지만, 많은 일들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해석과 이해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쉽게 그러지 못하게 되곤 한다. 아마도 당장 해야 할 다른 많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는다.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싶어서... 나의 편협한 시각을 넓혀줄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이주란 작가의 [넌 쉽게 말했지만]
pg. 196
미안해. 시간이 없어.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또 그 말은 진심이었는지 생각해본다. 나는 그때의 내가 화가 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시간만 없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pg. 199
운이 정말 좋았다.
운이 정말 좋았다고 우리는 여러 번 이야기했다. 입장료는 천원이었지만 뭐랄까, 그즈음의 우리에겐 천원짜리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일보다 운이 좋았던 일은 없었던 것이다. K는 정말이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오랜만에 조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아닌게 아닌라 K는 아픈 할아버지와 아픈 할머니와, 일을 하며 양쪽 병원ㅇ늘 다니는 엄마를 보는 일상에 조금 지친 기색이었다.

pg. 205
모든 것이 더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영화를 보기로 했으면 영화를 보면 되지, 어떻게 가는지가 이렇게나 중요한 문제인가 모르겠다. 데리러 온다고 했을 때 그냥 그러라고 할 순 없었던 걸까. 나는 어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나의 태도로 인해 일상의 대화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을 완전히 자각한 뒤부터 자주 괴로웠다. 그러나 결국엔 지금의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당연한 말이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pg. 216
엄만 그걸 잊지 않고 있었다. 그때 뜯게 둘걸, 싶었고 지금이라도 다시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이기 이전에,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 너무 쉬운 일들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나는 이제 그런 일들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고 싶다. 나는 이제 그렇게 살고 싶다. 

pg. 224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했던 김치볶음 중에 가장 맛있게 된  것 같다. 서울에서 짐을 정리할 즈음엔 맛없기가 힘든 간단한 음식도 이상하게 죄다 망쳐버렸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없어서였을까. 생계를 위한 일을 하거나 우는 시간을 빼고 나면 내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다. 많이 바란 것은 아니었고 그냥 두세 달만 쉬고 싶었는데 아예 그만두지 않는 한, 두세 달을 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요즘의 나 같다. 아니, 실패하고 좌절할 때마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마다의 나 같다. 제목도 어쩜 [넌 쉽게 말했지만]이라니... 그러니까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 1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ㅎㅎㅎ 요즘의 내 상태에 딱 맞는 취향저격의 소설이다. 

 


정영수 작가의 [우리들]
pg. 243
인생을 낭비하다가 도서관에서 나처럼 삶에 실패한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었다. 삶에 실패하는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서가에서 아무 책이나 뽑으면 거기에는 처참하게 실패한 인물들이 있었다. 가끔가다 밑도 끝도 없이 명랑한 인물이 나오는 소설(이를테면 「그리스인 조르바」같은)도 나왔지만 대체로는 원하는 책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떨 때는 참을 수 없이 외로워져서 아무 기억이나 붙잡고 그것을 한참 동안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것들을 까맣게 잊어버렸는데, 그러다가 다시 또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pg. 252
나는 내가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당신들에게 윤리적 지탄을 가할 생각이 추호도 없고 앞으로도 당신들의 편에 설 것이라는 뜻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것은 거짓이나 배려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네번째 원고를 읽은 후 전보다 더 그들에게 끌리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나와 다른 차원의 '진정한' 삶을 경험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불온하고도 엄연한 진실은 그때의 나에게 그들이 그저 그런 연인 관계가 아니라는, 그들의 사랑이 지천에 널린 흔하디흔한 애정이 아니라 위험과 고난을 (심지어 죄의식마저) 함께 나누며 이어나가고 있는 숭고하기까지 한 행위라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pg. 264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
그래서 나는 글을 쓰다가 어쩌면 내가 영원히 혼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문득 참을 수 없이 두려워졌다. 

작가노트
pg. 268
적어도 나에게 글쓰기는 분명 괴로운 일이고, 늘 원고 앞에서 도망치듯 살고 있으면서도 이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 행위에서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아닌 것 같다. 요즘 하는 생각은 어쩌면 글쓰기에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들어 있기 때문일까, 하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나? 기쁨도, 슬픔도, 좌절도, 회한도 ...... 이해와 오해, 광기와 환희, 희망의 전조와 종말의 전조까지 그 모든 것이 빈 원고지 안에, 그저 희기만 한 화면 안에 들어 있다는 게. 그래서 어쨌든 좀더 쓸 것 같다.

주인공이 어떤 사람들에게 글을 의뢰받았다고 치자, 그리고 그들로부터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게 되었고, 자신의 경험에 대한 글도 써야겠다는 동기를 얻었다. 그런데 글을 의뢰했던 사람들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그 글을 더 이상 못쓰게 되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계약의 파기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글을 마치기 위해서, 자신의 그 경험을 글로 써야만 하기 때문에, 그들의 글도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인생이지 않은가? 어쩌면 이렇게도 인생은 흘러가게 되는구나.. 주인공의 인생을 두고 보자면, 다른 일련의 사건들은 빼버리고 말이지, 글을 써야만 하는 인생인 것이다. 늘 포기하고 포기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은 또 주인공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 

 


 

김봉곤 작가의 [데이 포 나이트]
pg. 292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선배들도 잠시 들러 축하와 격려의 말을 나누며 자리를 지키다 갔고, 어림잡아도 서른 명 이상의 사람들이 술집을 드나들었다. 촬영 뒤풀이의 스케일은 이렇게나 큰 거구나 나는 감탄했는데 조연출 누나는 이것도 예산으로 잡혀 있거나 아니면 빚을 내서라도 뒤풀이는 크게 하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품앗이이기는 하지만 페이가 없는 이상 뒤풀이라도 성대해야 한다고. 

pg. 300
선배는 내게 핀잔을 준 것이 미안했는지 가까이 와 잘 보라고, 이건 데이 포 나이트, 라고 읽는다고 했다. 그가 커서를 움직여 필터 체크를 해제하자 화면은 여주인공이 울다 주저앉아버린 한낮의 중랑천으로 변했다. 다시 버튼을 클릭하면 거짓말처럼 그곳은 밤으로, 그리고 그녀가 바라보던 물결은 이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선배는 주인공들이 입맞춤하는 장면 뒤로 흔들리는 억새와 이름 모를 관목들 위로 밤의 풀벌레 소리를 입히는 중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일종에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법으로 나 역시 학창 시절로 돌아갔다. 학회에서 함께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고... 어려운 과제 때문에 실습실이 밤새도록 돌아가던 시절... 편집을 처음 배우고, 어려워서 조교샘에게 묻고 물어도 헷갈려서, 선배들 붙잡고 배우던 시절들 말이다. 

 

하루빨리 졸업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는데, 이렇게 돌이켜 보니, 그 컴컴하고 춥던 학교 건물과 실습실이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생각처럼, 나는 왜 거기 없고, 여기 있는 거지?... 그렇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 미화된 것이다. 마치 데이 포 나이트 기법처럼...

 


이미상 작가의 [하긴]
pg. 327
더이상 마누라들은 우리를 봐주지 않는다. 정신, 자아, 때론 몸까지 모두 아웃소싱했다. 우리는 주인 자격을 잃었다. 딸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결국 문의 말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었다. 딸들은 사랑하든 혐오하든 우리를 본다. 볼 수밖에 없다. 자식이자 주식-나는 딸의 백 퍼센트 주주다-으로서의 운명이다. 하지만 나는 후일담이나 꾀죄죄하게 늘어놓으며 추앙받고 싶진 않다. 처절하게 부정되고 가열하게 척결되고 싶다. 

pg. 333
"남영동에서 보고 처음 본 거였는데도 딱 알겠더라고. 늦둥이란다. 그 인간, 저 딸 대학 보내겠다고...... 아이고, 아비가 뭔지." 나는 취했는지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문은 어떤 지하 술집엔 내려가자마자 여긴 안 돼, 하며 나가버렸다. 그에게는 그 자신만 아는 그곳의 냄새가 있었다. 그는 국가보안법으로 칠 년을 살았고, 원하던 삶을 살지 못했다. 그는 안보라는 국가 명분의 희생자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명분을 통해 부활했다. 내신 5등급을 서울 소재 대학에 보내 억을 벌었다. 잠재 역량,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 이유는 많았다. 그는 술값을 쏘며 말했다. "'억대 연봉' 할 때 상상하는 액수가 니들 위치고, 니들 수준이야. 직장 다니는 것들은 상상의 지평이 좁아터져서 도통 십 억을 못 넘겨."

해설
pg. 353
사실 '나'를 작금의 입시나 가족이라는 제도의 희생양이라 일컫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나'가 호소하는 문제는 사실 한결같이 딸과 아내를 비롯한 주변사가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관절 그 모든 게 제 뜻대로 되어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부모들의 자식 사랑이 어긋나면? 부모들이 자신의 학업 성취(?) 대학 성취(?)에 자식들을 끼워 맞추려고 하면 발생할 수 있는 저 반대편의 이야기. 씁쓸하지만 충격적이지만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자녀 교육 문제는 언제나 어렵고, 나와는 다른 세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현저히 다를 수 있으며, 어디까지를 이해하고 어디까지를 받아들여야 하나 싶지만. 그리 멀지 않는 우리네 이야기라는 것쯤은 알아둬야 할 것 같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시각에서도 그에 준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나 다 어른들의 이야기만 난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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