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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_독서 감상문

by 쭈야해피 2020.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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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학동네에서 매년 선정하고 있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후기입니다. 등단한지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의 중단편 작품들을 모아 심사를 진행하고 대상과 수상작품을 선정하여 엮어서 책을 내는 방식입니다. 작품과 작가의 말, 평론가의 해설이 각각 실리고 최후에 심사평이 이어집니다. (저는 해설까지만 읽고 심사평은 읽지 않았답니다~)

 

2020년이 11회 째를 맞이했는데요, 언젠가 부터 저도 꼬박꼬박 읽고 있어요~ 그런데, 2019년 10회 작품집은 사다놓고 읽은 줄 알고 그대로 꽂혀있었네요..ㅋㅋ 그래서 다음번 독후감 중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ㅋㅎㅋㅎ 2018 9회 작품집을 읽고는 조금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는 않았어요.

 

2018 9회 작품집은 대부분 죽음과 이별에 대한 주제가 주였다면, 2020 11회 작품집의 주요 주제는 젠더와 퀴어에 대한 것입니다.

 

어느 순간 사회 이슈와 트렌드 전반에 대한 흐름을 단편문학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문제 의식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게 되는 거 같아요. 더욱이 문학이라는 장르는 소외되고 버려지고 혹은 드러난 뒤의 이면에 자리잡은 우리의 현실과 얼굴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도 이렇게 꼬박꼬박 중단편을 읽곤 하는 거겠죠. 궁금해서요. 내가 보거나 듣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곳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내가 모른다고 해서 관심 없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거나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는 거니까. 그리고 책을 읽지 않고 또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이상할 것도 1도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결국 취향의 문제가 되겠죠. 저의 취향은 이제야 다 읽은(2달은 족히 걸린) 매년 발간되는 젊은작가상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상 수상작은 강화길 작가님의 '음복'

 

수상작가님들의 메시지와 사인이 담겨있어요~ 손글씨가 굉장히 반갑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기억해 두고 싶은 문장이나 내용이 있는 곳을 표기해 두었다가, 이렇게 블로그에 옮겨 적고 있어요. 블로그가 일기 같은 것이기 때문에 기록을 해두면 다음에 그 책 내용이 뭐였더라? 하고 찾아본 후에 '아~' 하고 상기할 수 있거든요.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문장을 보면 대부분은 그 문맥을 쉽게 떠올릴 수 있어요.

 

 

음복(飮福)_ 강화길

pg. 31

그는 그 요리를 떨떠름하게 대했다. 그러면서도 몇 번이나 다시 만들게 하고, 매번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래서 이후 해마다 생일이면 그 요리를 먹어야 했다. 해마다 월남에서 돌아왔던 날이면 그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러니까 아내가 만들 수 없는 음식, 먹고 싶지 않은 음식,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 함께 먹을 수 없는 음식, 그 제수, 제찬, 제물, 그것을 먹어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혈관이 지방으로 막혀버렸다. 터져버렸다. 죽어버렸다. 그래서 부디 제발, 이제는 꺼져버렸으면 좋겠는데, 되풀이되는 기억 속에서 귀신처럼 들러붙어 계속 나타나는 사람.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않은 사람. 그래. 바로 그가 내 옆에 있었다.

 

(해설) 여성가족주의 스릴러_오은교

pg. 45

제사라는 가족 행사가 잘 보여주듯 가부장제의 법은 아버지의 것이지만, 그것을 집행하는 노동자는 여성들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범용한 여성혐오적 경구의 참뜻은 가부장제라는 차별적 이데올로기를 매끈하게 만드는 모든 지저분하고 치사한 인식, 행위, 감정노동 들을 여성들이 도맡고 있다는 뜻이다. 제사상의 주인은 시할아버지이지만 시댁의 살림을 이끌어온 이는 시할머니이고, 제사를 집전하는 이는 시아버지이지만 제사를 준비하는 이는 시어머니이며, 만찬을 즐기는 이는 남편이지만 제사가 무사히 진행되도록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은 시고모이다.

 

pg. 49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밀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는 시어머니의 문자를 받은 후 '나'는 남편의 천진하고 고운 그 얼굴을 가만히 떠올리며 되새긴다.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38쪽) 따라서 남편을 향한 '나'의 사랑은 권력에의 욕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어 '나'는 '아무것도 몰라도 되는 딸'이라는 미래의 존재를 어둠 속에서 조용히 꿈꾼다. "걔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것도."(39쪽)

 

처음에는 막연히 '아니 어쩜!' 이라며 악역을 흘겨보며 읽었다. 그렇게 악역은 한 사람에서 다른 한 사람으로 또 다른 한 사람으로 옮겨 갔다. 그런데 진짜 악역은... 그토록 내가 좋아하는 얼굴을 한 사람이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니.. 그래서 미래의 나의 자녀(딸)에게도 그 얼굴을 물려 주겠다고 다짐하다니..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도 있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때에 그 섬뜩하고 서늘한 감정이 내 안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또 다시 '이게 다... 그놈의 교육 탓이야..' 하며 넘기고 말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보고나면 다음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래 걸렸던 거 같다. 몇쪽 되지 않는 단편들을 넘기기가...

 

 

더 많은 문장은 더보기

 

 

우리(畜舍)의 환대_장희원

pg. 302

그가 상자에 미어터지도록 물건을 담는 아내를 보면서 물었다. "당신은 몰라." 아내는 옷가지 위로 김 봉지를 던졌다. "뭐라고?" "당신은 모른다고." 아내는 상자에 테이프를 여러 번 붙이며 말했다. "이게 다 필요한 것들이야. 영재에게 필요한 것들이라고."

 

(작가노트) 죄인

pg. 327

이따금 나는 살면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아주 중요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를 내 손으로 놓아버리고 말았다. 그럴 때면 내 잘못으로 헤어진 사람들을 생각한다.

 

 

(해설) 눈부신 축사_김녕

pg. 334

단지 익숙한 것을 가까이하고 익숙한 것으로 삶을 구성하려는 관성이 낯선 것들을 '우리'의 세계 바깥으로, "어두침침하고 더러운"(319쪽) '축사'로 의미화하도록 한다. 하나 실은 더 좁고 어두운 곳에 갇힌 것은 오히려 이쪽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단지 환대하는/받는 자의 위치를 뒤바꾸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축사'의 내부/외부마저 뒤집어서, 실은 이쪽에서 축사라 일컫는 저편이야말로 더욱 광대하고 자유로운 세계이며 안온하고 무결하게 느껴지는 이편이야말로 좁고 어두운 축사임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고.. 문득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문득 한달음에 달려가 손잡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뻥 뚫린 기분. 오뉴월에 슝~슝~하고 시린 바람이 지나가는 마음이 되었네요.

 

내일은 현실로 돌아와야겠습니다. 몇몇 구절들과 감상들은 절로 기록하지 않기도 했어요. 너무 솔직해지면 이 다음에 이 일기장을 들춰보았을때 이불킥을 할 것만 같아서 말이죠. :")

밤이 깊었네요. 6월의 끝자락에 이르렀더니 자정을 맞이하는 이 시각에도 목덜미가 식지 않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시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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