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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시인의 에세이_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by 쭈야해피 201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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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여행을 떠나기 전 만난 친구가 선물로 사준 책.

원고도 남자도 모두 잡아서 오라며 가서 일이 잘 안되면 읽으라며 시인계의 아이돌 '박준' 시인이라며 책을 사줬다. 고마운 친구의 선물이 공항에서도, 책을 읽기 쉽지 않은 비행기에서도, 그리고... 좀처럼 시차적응을 하기 힘들어 고생하던 스페인에서의 새벽녘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덕분에 들고 온 책들 중에 제일 먼저 마지막 장을 넘겼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씁쓸해 하기도 하면서, 책장들을 넘겼다.

 

책은 시인의 떠나간 사랑을 담았다가, 떠나간 누이를 담았다가, 일상과 후회를 담기도 했다가, 아버지와 어린시절을 담기도 했다가, 나라의 역사와 시절을 담고 있다가, 죽음과 오늘을 담고 있었다. 처음엔 마냥 심장을 후벼 파더니, 끝으로 갈 수록 의미심장해졌다.

바짝 긴장했다가 두근두근 심장을 뛰게 하다가 화가 났다가 넋을 놓았다가 가슴 아팠다가 씁쓸했다가 아무일도 아닌듯 그렇게 사라져가는 옛연인처럼 ... 이 책에 담긴 시인의 담담한 듯 애끓는 글들이 나를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옮겨 놓았다.

 

물론, 그 짧은 시절 사이에 나는 후련하게 일도 끝 마치고, 혼자 이별도 했다가, 누군가의 이별도 위로했고, 훌쩍 여행도 떠났다가, 불현듯 영영 이별이라는 죽음도 맞이했다. 하루 이틀사이, 한 주 두 주 사이에 말도 안되는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사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 내게 시인의 에세이는 그의 문장과 문장 사이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나도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라도 괜찮으니까, 울어야만 한다.

세상을 산다는 건 그런거니까... 같이 울면 더 고마울 정도로 그런거니까...

 

pg 29

아침밥

그렇게 울다가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난 아침, 부은 눈과 여전히 아픈 마음과 입맛은 없지만 그래도 무엇을 좀 먹어야지 하면서 입안으로 욱여넣는 밥. 그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그들에게 먹여 주고 싶다.

 

pg 35

희고 마른 빛

당신이 웃으며 내 볼을 손으로 세게 꼬집었다. 하지만 어쩐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꿈속에서 지금이 꿈인 것을 깨닫고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당신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힘껏 눈물을 흘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아침빛이 나의 몸 위로 내리고 있었다. 당신처럼 희고 마른 빛이었다.

 

pg 46

몸과 병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 특히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의 끝을 맞이한 것이라면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될 만큼 커다란 마음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pg 157

고아

며칠씩 울기만 하는 아들이 불쌍했는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지요. 분명 자전거도 좋았겠지만 '엄마'라는 것이 ㅁ웟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pg 169

손을 흔들며

그 기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버지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그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운전을 안 할 수 있나. 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하며 웃었다. 나는 아버지의 그 웃음에 서운하고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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