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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세상의 끝'_이상하고 쓸쓸한 소설 속 세계 혹은 현실의 그 어딘가

by 쭈야해피 2018.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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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가 기가막히고~ 표지가 땡기는~ 마케팅의 승리!!

무라카미 하루키가 선택한 소설집. 게다가 김연수 작가가 서평을 썼다아~

아이쿠! 교보문고에서 보자마자 사 버렸네~ 제목 마저 <세상의 끝> 이라니.. 그냥넘어가기엔 구미가 당기는 구석이 넘나 많잖아~??!!

그렇게, 속아서 샀더니.. 역시나 어머나~ 이게 뭔가?? 정말이지 이상하고 쓸쓸한 세계의 이야기가 주르르르륵 펼쳐졌다. 짧은 글인데 읽고 또 읽고 헷갈려서 또 읽고... 오래 걸려서 마친 소설집이다.

 

정말 세상의 끝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일어난 것 같은 이상야릇하고 오묘하며 착잡하고 어둡고 끈적인다. 책을 읽으면서 덮기가 일수였으나 또 이게 잡아 끄는 매력이 있어서, 다~ 읽을 수 있었다. 신기하다.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래도 뭐~ 충분히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만약, 누군가의 세상의 끝으로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나는 아무리 여행이 좋아도 따라나서는 것을 주저했을 것 같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나의 모습도 비슷한 거 같다.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고 싶을 때는, 여지없이 저 주인공들 처럼 어딘가 모자라고, 지치고, 지나치고, 부서지고, 불안하며, 무모해 지기도 하니까.

그런 이야기가 어딘가 알 수 없는 세계에서 계속해서 펼쳐졌다. 꿈에는 아니 나왔으면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책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음.. 한 번 쯤은 만나 보고 싶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혹시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와 김연수 작가 였던가???!!!

이거야 원 뭐가 뭔지, 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지점에 이른걸지도 모르겠다. 살면 살 수록 삶이 그렇듯이... 모르는 것이 어쩌면 명답일지도..

<좀비들>

pg. 42

"한때는 아름다웠어요." 브리스토 양은 잠시 생각하고 한 모금 마시고는 덧붙였다. "로마 시대에."

"그런 수많은 섬들처럼 변함없는 곳이죠."

브리스토 양이 말했다. "로마인들은 이탈리아인들이 되었어요. 그곳은 알아볼 수 없이 달라졌고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필라파가 말했다. 브리스토 양은 이 말에 미소를 지었다.

 

pg. 43

"맞아요." 브리스토 양이 말했다. "그런데 아가씨는 무엇을 쓰고 있어요?"

필라파가 말했다. "재능이 없으면 자기기만에 빠져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진정한 재능이 있는 다른 사람을 돕는 편을 택하겠어요."

"아주 옳은 말이에요."

필라파가 주춤했다. "저는 실업수당을 받고 있어요."

브리스토 양은 놀란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방정식>

pg. 112

 나는 작가라고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누구도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 중 하나였다. 어떻든 간에, 접대를 잘하는 주인은 파티를 이끌어가는 데 몰두한다. 손님을 격려할 때가 아니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미덕이다. 주인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오로지 요리가 계속 나오고 술잔이 계속 채워지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나에 대해 잘 알 수 없었다. 자기들끼리 애기를 나눈 것이다.

pg. 119

 우정은 방정식이다. 하지만 어떤 연산은 대다수 사람들이 너무 조급하거나 이기적이라서 풀지 못한다. 어떤 숫자를 넣어도 가능하다! 여기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 로널드는 마음에 드는 누구 와든 잘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요청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다 이기적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갖더라도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주면서 유쾌한 교제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그러하다. "모든 것을 준다"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아주 하찮은 것이다. 부드러운 말, 약간의 아첨, 술 한잔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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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후>

pg. 151

 "아,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고 나자 목이 막혔다. 거미가 숨구멍에 거미줄을 치는 듯이 무언가 그녀의 목구멍을 조였다. 그녀는 헉 소리를 내고 숨을 내쉬며 물을 좀 마셨다. 말이 터져 나오다가 끊어졌고 노파처럼 꺽꺽 소리가 났다. 이렇게 애쓰다 보니 눈에 눈물이 고였다.

 

<프랑스 코르시카 섬에 있는 코뮌>

pg. 163

 그의 아내는 마르세유에서 그를 떠나버렸다. 자기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조금 더 기다리다가는 어떤 남자도 자신을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논쟁을 벌이거나 얘기를 나누기를 거부했다. 마음을 확고히 정했던 것이다. 셸드릭이 애걸복걸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가 물었다. "내가 대체 뭘 어쨌다는 거요?"

 "당신의 말이 문제예요."

 말은 곧 행동이다. 아내가 말하려는 바가 그것이었음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한 마디 말이 아니라 12년간 쌓여온 말이 문제였다. 그들의 결혼은 이미 오래전에 파탄이 났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 폐허에서 살아가는 데 만족했고 아내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믿었다.

 

pg. 164

 이처럼 매사가 부질없다는 기분에 빠지자 온갖 의무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세계는 환상이었다. 그가 결혼과 어떤 존재를 꾸며냈는데, 그것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는 가냘픈 목소리를 지닌, 허공에서 경련을 일으키는 피해자였다. 그가 구체적 실체라고 착각했던 것은 허황한 망상이었다. 오로지 연인들만이 믿음을 갖는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돌아오길 바라지 않았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여인의 초상화>

pg. 258

 "미국인들은 행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죠."

 "프랑스인들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돈. 옷. 섹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슬픈 거예요."

 "언제나?"

 "우리에겐 유머가 없어요." 그녀는 엄숙한 어조로 그 말을 입증했다. "우리는, 뭐랄까, '멜랑콜리크'하달까

?"

 

<가장 푸른 섬>

pg. 299

 듀발은 열아홉 살이었다. 자신이 미숙하다는 것을 의식했고 빨리 나이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는 늘 책을 읽었고, 상상력이 불타올랐다. 그는 습작을 시도했다. 성취한 바는 거의 없었지만 자신이 희생을 치르지 않고 어마어마한 행운을 얻도록 정해져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행운을 믿었다. 그 믿음 덕분에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았지만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비밀스러워졌다. 자신이 선택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는 글을 유머러스하게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의 재기가 별처럼 타올라 마음에 불을 붙였고 시간이 흘러 몇 년 내로 성공이 찾아오리라고 약속했다. 그는 그것을 확고하게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상상한 미래를 폴라가 오그라뜨리기 전이었다.

 

pg. 318

 "아름다운 곳이야." 그가 그녀의 뒤로 다가가며 말했다.

 "우리가 즐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녀는 금이 간 포르탈레사(요새) 너머에서 폭발하듯 햇살이 퍼지는 일몰 광경을 보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서늘한 광장에 대해서도, 저녁 무렵 샌프란시스코 거리가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을 때도 그런 말을 했었다. 그녀가 그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그는 싫었다. 결혼이란 그런 것이었다. 반복.

pg. 349

 "6주 남았어."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건 뭐야?" '난 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 말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라는 말처럼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 거기에는 미신적인 감정도 끼어 있었다. 그 말을 하면 실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선반 가득 꽂혀 있는 자신의 책들이 보였다. 이미 집필을 끝낸 책들처럼 또렷하게 보였다. 앞으로 작가가 되리라는 확신이 아니라, 기억할 수 있는 한 언제나 자신은 마음속으로 작가였다는 확신이 들러붙어 있었다. 그 야심을 발설한다면 망쳐놓게 될 것이다. 더욱이, 그것을 입 밖에 내면 그것을 입증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그는 누군가가 자기 내면의 야심을 확인해주기를 바랐다. 그의 얼굴을 보고 '당신은 작가군요'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pg. 371

 떠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이제 그는 그 방법을 알았다. 소리 하나 없이 떠나 계속 걷기만 하면 된다. 울창한 호텔 정원 너머에서 빛이 보였다. 그러나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나무들을 기이하게 비추며 초록 이파리를 시커멓게 만든 것은 나무들 너머에서 떠오른 달이었다.

 

 

마지막 중편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주인공이 원하는 건 '난 작가가 되고 싶어'였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 말이 '대통령이 되고 싶어'라는 말처럼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 고 써있다.

그러게, 어쩌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된 걸까? 나는 그 말에 참담했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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