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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두번째 읽은 <남한산성> _ 역사는 말이 없고, 진실은 읽는 자의 몫이다

by 쭈야해피 2018.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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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하는 상황에서는 블로그에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든, 꿈을 이루는 일이든, 나에게 글이라는 것은 두 가닥으로 나누어 뇌를 움직이게 할 수 없는 것 같다.

좀 더 숙달되어 어느덧 나의 일부가 되면, 그때는 두개의 뇌를 움직여 두개의 글을 동시에 쓰는게 가능할까?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살짝 흥분되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블로그에 글을 꼬박꼬박 쓸 수 없음을 스스로에게 타협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아직 여력이 없다고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

 

남한산성을 영화로 보고 다시 집어든 지 어느덧 두달이 넘었다. 이제서야 다 읽었다.

 

 

빼곡하게 접어둔 마음을 움직인 단락들을 보니, 읽다 멈춰서고 이해하고 싶었던 부분들이 그 만큼 많았던 것 같다. 10년 전 2007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도 그랬을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감상문 한장을 남기지 못했으리라 미뤄짐작해 본다. 쉽지 않은 책이었고 쉽지 않은 역사의 자락이었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부단히 노력했을거 같다는 생각이 책을 다시 덮으면서 들었다.

 

'나는 살고자 한다...'는 말을 내뱉었던 왕의 의중. 수백년 후 후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행간은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왕의 길이 있고, 신하의 길이 있고, 백성의 길이 있겠지.

약소국의 길이 있고 강대국의 길이 있을 것이다. 강대국은 여러차례 일어서고 스러지고 커지고 사라졌지만, 굽히고 무너지고 울음을 삼켰던 변방의 작은 나라는 쉽게 무너져 흩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의 길이었다.

 

내부가 소란스러워 말과 말이 뒤엉켜 스스로 멸망할 것이라 비춰졌던 그들이지만,

명길과 상헌의 충심이 다르지 않고

백성을 어여삐여기라는 아비들의 당부가 어린 왕들에게 미약하나마 살아 남아 이어지고 이어져서 탐관오리들의 횡포도 견뎌내고, 버티고, 무너지고, 다시 살아나 ,,, 결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남한산성의 그 겨울이가고 봄이오고 민초들이 씨앗을 뿌렸듯이 우리의 오늘도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린다.

 

두번째 읽은 이 책은

10년 전의 내가 10년 후의 내가 되었듯이 10년 전의 대한민국이 이제 더 이상 그 때의 우리가 아니듯이 내게 많은 질문들과 또 많은 답변들을 주었다.

 

여전히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여전히 어려운 문장들이었다. 역사는 변함이 없고 그 시절을 읽어내려 담아내려 노력한 소설가의 문장은 여전한데 말이다.

 

오늘을 평가하고 논하는 수 많은 매체들의 덧없는 기사와 말말말에도 불구하고, 그 한가지 변함없는 사실이 기대를 하게 한다. 역사는 말없이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있다. 후손들은 훗날 오늘을 다 다르게 평가하겠지만 진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백성을 어여삐여긴 왕과 그 신하들의 행동은 오래고 살아남아 이 땅과 기억과 문장에 남을 테니까...

 

pg 4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하였다.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드을 다 받아 내지 못할진대, 땅 위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 2007년 4월 다시 봄이 오는 남한산성에서 김훈은 쓰다.

 

뱃사공

pg 44

- 순한 말이다. 낯을 가리지 않는다. 가져라.

 사공의 얼굴에 힘없는 웃음기가 스쳤다.

- 고마우신 말씀이나, 천한 사공이 배를 타지 어찌 말을 타리까, 더구나 눈이 쌓여 말먹이 풀을 구할 길이 없으니.......

 

pg 46

 사공은 돌아서서 얼음 위로 나아갔다. 김상헌은 환도를 뽑아들고 선착장에서 뛰어내렸다. 인기척을 느낀 사공이 뒤를 돌아보았다. 김상헌의 칼이 사공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사공은 얼음 위에 쓰러졌다. 쓰러질 때 사공의 몸은 가볍고 온순했다. 사공은 풀이 시들듯 천천히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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