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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마음속의 터전, 떠나거나 머물거나_그가 내린 곳

by 쭈야해피 2017.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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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나마 책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감상문 쓰기는 꾸준히 못하고 있다. 반성...ㅠㅠ 


오랜만에 감상문 쓰기!

제목만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그가 내린 곳>은 어디일지 정말 궁금했거든. 제목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해준 제목이다. 심지어 표지마저 너~무 나의 취향이다. 기차 창 밖으로 등대와 바다와 언덕이 딱! 


여러개의 단편이 담겨있는 소설집이지만,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인가?' 할 정도로 연결되어있다. 작가의 말 중에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어제도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중에 두명의 인연이 얽히고 섥혀있는 이야기를 목격했는데,,, 정말로 세상은 연결되어 있는거 같다. 하나님의 의도하에 ... 


이 소설집의 감상문은 이야기 속 한 단락을 통해 전부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눈과 마음과 생각과 기분까지 모조리 압도했던 단락이다.


pg. 80


 <함께 집을 돌볼 사람을 찾습니다.> 그 봄 내 눈에 들어온 게시글의 제목이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비탈진 골목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 겁니다. 낭패한 심정으로 되돌아갈까 하다, 몸을 살짝 틀면 언뜻 물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날이 화창하면 파란 바다 빛깔일 것이고 흐린 날이라면 흰 강물 빛깔이겠지요. 그 순간을 놓친 사람이라면 함께할 자격이 없으니, 오던 길 그대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물빛의 하늘을 보신 분은 그쪽으로 발을 내딛으십시오. 크게 다섯 걸음을 떼면 하늘 길의 끝자락이 보입니다. 


 과연 공지대로, 길이 끊겼나 싶어 뒤를 돌았을 때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본 것은 물빛이 아니라 불빛이었다. 관목 가지들 사이를 메운 환한 불빛을 본 찰나, 나는 어디선가 불이 난 줄 알았다. 그토록 붉은 노을은 처음이었다. ... ...


이 소설집에는 집, 터전, 동네와 사람, 가족, 생활 그리고 시인과 소설가, 생활인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웃들과 관계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많은 소설이 삶을 이야기하고 있겠지만, 최근 삶의 영역을 옮기고 글을 쓰고 싶어하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나의 오늘과 닮아있어서, 더욱 마음이 움직이는 이야기들이었다.


얼마나 오래된 동네이든, 집이든, 사람과 사람이 살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그 속에서 일어났던 수 많은 이야기와 역사도 차츰 흐려지고 사라져버리겠지. 잊지 말아야 할 순간도 홀연히... ...


사람사는 동네에 마당이있는 집에 나무와 꽃을 키우며 사는 꿈. 

불현듯 떠나서 발길 닿는 곳에 무작정 내려 머무는 꿈. 다시 불현듯 떠나기 위해 일어나는 꿈. 

어린시절 뛰놀던 그 동네에 다시 터를 잡고 사는 꿈. 

어린시절 휘몰아쳤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서 사는 꿈. 


한 번쯤 생각해 본 그런 삶. 하지만 ... 하지만 ... 생각만으로 그치거나 한 번쯤 저질렀다 현실로 돌아오고 마는 그런 일탈로 그치는 삶. <그가 내린 곳>은 내가 머리로만 마음으로만 키워본 그런 존재할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일 것 같다. 마음속으로 항상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극단적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 이상향을 향해 늘 용기를 가지고 떠났다가 머무르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 용기가 부럽지만,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되지 못하여 그냥 꿈만 꾼다. 


   

<Y의 바깥>

pg. 22

시인은 생활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그토록 일상적인 단어에 무려 네 가지 뜻이 있다니. 핵심어는 각각 일정한 환경, 생계나 살림, 조직, 어떤 행위. 다행히 나는 이것들에 모두 해당되었다. '(3)조직체에서 그 구성원으로 활동함'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나는 철거지역의 세입자 Y의 대리인이라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사랑의 생활>

pg. 80


pg. 81

 하늘은 분홍과 보라빛으로 변해갔다. 파스텔 편지지에 누군가를 향한 연서라도 쓰고 싶은 봄 저녁이었다. 저녁이 당도한 고요한 마당에는 꽃나무 두 그루와 비스듬히 벽에 기대선 자전거, 웃자란 풀들, 그리고 식탁 앞에 놓여 있었을, 식구 잃은 의자 하나가 있었다. 저 붉은 꽃나무의 이름은 뭘까. 현관문을 열고 누군가가 나왔다. 포치에 매달린 전등에 살짝 머리가 닿았다. 케이였다. 

 마음껏 둘러보세요. 케이는 별다른 설명 없이 집을 안내했다. 함께 집을 돌볼 사람을 찾는다고 한껏 멋 부린 글을 올린 사람답지 않았다. 


pg. 87-88

 나는 약간의 돈을 벌고 약간의 음식을 먹고 약간의 전원생활을 한다. 버는 돈이 적은 대신 나는 돈을 쓰지 않는다. 어지간 해서는 걸어 다니고, 술을 마시지 않고, 여행을 가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쓰지 않으며,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저항하지 않는다.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으려 해도 돈을 벌자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 마음을 먹게 되는지 궁금하다. 


<그가 내린 곳>

pg. 123

 "집이 그리 간단히 헐리나? 여도 난리다. 근데 니, 정말 소설은 때리치뿌맀나?"

 소설을 쓰지 않은 지 오래였다. 윤은 이대로 살 수 있다면 살아보리라 생각했다.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 대꾸가 없자, 최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 이래 돌아다니다 보믄 또 좋은 글이 안 나오겠나."

 "니, 이제 완전히 사람 됐나?"

 윤은 최의 흉내를 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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