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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파이이야기 - 어드벤쳐 소설의 최고봉, 호랑이와 나 그리고 표류기

by 쭈야해피 201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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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저자
얀 마텔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13-11-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3년 1월 3일 세계적인 감독 이안의 3D영화 국내 전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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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독자 스스로의 믿음에 달려있다.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혹은 어디까지 매료될 것인가...

 

친구가 너~무 재밌다고 추천해준 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 영화로도 제작된 이야기였다. 게다가 호랑이와 소년의 이야기라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중에 120페이지가 넘도록 본론은 나오지 않고, 인도의 한 작은 동물원이야기와 3가지 종교(흰두교, 카톨릭, 이슬람교)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심지어 주인공의 시점과 작가의 시점이 헷갈리기까지 했다. 뭐지.. (어디까지 소년의 이야기고 어디가 작가의 시점이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모두가 기대하듯이 동물들과 소년과 그리고 호랑이가 바다에 사로잡힌 이야기.

 

그 얘기를 벌써부터 하면 어쩌냐고 질타하질 모르지만, 일찍이 책 표지만봐도 바로 눈치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책을 읽었지만, 역시나 ... 였다. 사실을 알고 모름에 상관없이 이 이야기에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몰입도가 높으므로 마음놓고 처음부터 스포일러를 남발하기로 했다. 

 

 

 

과연 소년(파이)은 227일 간의 표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많은 전제들이 이야기 초반, 소년의 성장기에 깔려있다. 동물원에서 자라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맡으며 깨달았던 점과 아버지의 산 교육, 그리고 3가지 종교를 모두 믿겠다고 떼를 쓰던 소년의 신에 대한(?) 혹은 인류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어머니의 성품까지 말이다.

 

pg. 44-45

정직하게 말해야겠다.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무신론자가 아니라 불가지론자다. 한때는 의심도 쓸모있는 법. 우리 모두 겟세마네 동산(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기 전 마지막으로 기도했던 곳-옮긴이)을 거쳐야한다. 예수가 의심했다면 우리도 그래야 한다. 예수가 기도하며 분노에 찬 밤을 보냈으니, 십자가 매달려 '주여,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울부짖었으니, 우리도 의심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나아가야 한다. 의심을 인생철학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송수단으로 '정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pg. 64

서커스조련사에게 가장 순종하는 사자가 자긍이 가장 낮다는 점은 흥미롭다. 말하자면 서열이 가장 낮은 셈이다. 그는 일인자인 조련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많은 것을 얻는다. 먹이를 더 먹는 것만이 아니다. 조련사와 가까운 관계면 자존심 강한 다른 동물들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대중이 보기에 크기나 사나운 면에 있어서 다른 사자와 다르지 않은 이 유순한 사자가 쇼의 스타가 된다. 반면 조련사는 다루기 힘든 이인자, 삼인자에 해당하는 사자들을 링 가장자리에 있는 화려한 색깔의 통에 앉아 있게 한다.

 

그리고 소년(파이)이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사실 오며가며 바라만 보던 궁금해만 하던 그 성당에 처음 들어서게 되는 장면이 참 기억에 남는다. 저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나는 아주 어린시절 꼬꼬마때부터 교회를 들락날락거려서 날때부터 힌두교인 그가 그 문지방을 넘어설 때의 기분은 어떤 느낌일지 아주 아주 궁금했다.

 

pg. 72-73

흰 벽으로 둘러싸인 현관홀은 말끔했다. 테이블과 벤치는 짙은 색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제는 흰 성직복을 입고 있었다 -단정하고 소박하고 단순했다. 나는 평온함에 휩싸였다. 내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위기보다는, 그가 거기 있다는- 열린마음으로 인내심있게-사실이 본능적으로 이해된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그와 대화하고 싶을 경우에 대비해서 거기 있다는 것. 영혼의 문제든, 무거운 마음이든, 어두운 양심이든, 무슨 말을 해도 그가 사랑으로 들어주리라는 것. 그가 맡은 일은 사랑하는 일이었고, 그는 최선을 다해서 위로해주고 길잡이가 되어줄 터였다. 가슴이 뭉클했다. 눈앞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을 훔쳤고, 전율하게 했다.

 

소년이 가족을 잃고, 태평양에서 표류하고, 죽음에서 삶으로 넘나들었던 그 모든 시간들은 인도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 였다. 그의 가족이 그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모두가 소망하는 그것 '더 나은 삶을 위해서...'

 

pg.105

왜 사람들은 이동할까? 무엇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모르는 게 없던 곳을 떠나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할까? 왜 스스로를 거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겉치레투성이인 곳에 오르려 할까? 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힘겨운 이국의 정글로 들어갈까? 어디서나 대답은 하나겠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며 이주한다.    

 

이국의 정글로 들어가면 더 나은 삶이 과연 존재할까? 잡힐만한 곳에? 그 답은 아무도 모른다. 의심은 할만해도 정지하면서 있을 수 는 없다. 그래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 역시, 그렇게 유학길에 올랐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더 나은 삶의 소망이 사라진다해도. 선택을 해야하고 멈춘채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소년과 그의 형, 아버지는 새로운 나라에 떠나는 것에 한껏 들떴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머뭇거렸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웠고 슬펐다고 한다. 인도를 떠나니까.

 

 

그렇게 시작된 항해는 공포와 두려움, 분노와 복수심, 절망과 약해짐, 모험과 안도, 경악과 이별 등 수 많은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침몰선의 사고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방문한 일본인 관계자들과의 녹취기록에서는 또다른 반전의 이야기가 짧게나마 담겨있다. 사람은 믿고싶은 대로 듣는다고 했던가? 듣고싶은대로 생각한다고 했던가? 쉽지않은 추론이지만 그럼에도 모두들 믿고 싶은 대로 해석하리라 생각된다.

 

pg. 203-204

공포심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공포심만이 생명을 패배시킬 수 있다. 그것은 명민하고 배반 잘하는 적이다. 관대함도 없고, 법이나 관습을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비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접근해, 쉽게 약점을 찾아낸다. 공포심은 우리마음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우리는 잠시 차분하고 안정되고 해복을 느낀다. 그러다가 가벼운 의심으로 변장한 공포심이 스파이처럼 어물쩍 마음에 들어선다. 의심은 불신을 만나고, 불신은 그것을 밀어내려 애쓴다. 하지만 불신은 무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보병과 다름없다. 의심은 간단히 불신을 해치운다. 우리는 초조해진다. 이성이 우리를 위해 싸워 온다. 우리는 안심한다. 이성은 최신 병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부인할 수 없는 여러 번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성은 나자빠진다. 우리는 힘이 빠지고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초조감에 끔찍해진다. ... ... ... 곧 우리는 무모한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 연합군인 희망과 신뢰를 버린다. 이제 스스로 패배한 것이다. 인상에 불과한 공포심이 승리를 거둔다. ... ... ...

 

 

책을 덮고 1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독서감상문을 쓴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초반 120페이지 가량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기회가 된다면 영어원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 깔려있는 복선이 꽤나 많은 의미를 품고 있고, 마지막 녹취기록을 읽고 난 뒤 뒤엉킨 많은 상황들이 아직은 멍~하게 잔상으로 남아있다. 믿고 싶은 대로 이해한다. 나 역시 호랑이와 소년의 이야기가 내포하고 있는 숨은 이야기보다, 모험소설이라 믿고 싶은 것 같다. 잘 만든 이야기에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끔 만드는 문학의 힘까지 더해져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은 소설임에 분명하다. 역시 다르다. 세계를 움직이게 만든 이야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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