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작가의 소설은 깔깔깔 정신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는 친구의 말처럼
고민 없이 슬쩍 내 장바구니에 담았다.
추석 전 통영여행을 다녀와 간신히 손에 든
위화의 소설집 <재앙은 피할 수 없다>은 너~무 어려워서 아직 끝내지 못했는데,
이번 주에 구입한 천명관의 소설집은 다~ 읽었다.
생각했던 것 처럼 목젖을 드러내 놓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웃고, 울고, 감동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별히, 너~무 게을러서 봄,여름 동안 읽은 책들의 감상평을 한 줄도 쓰지 못한 내 자신에게
채찍을 들고 독후감을 쓰게 만들만큼 고마운 책이기도 했다.
아마도 단편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생활밀접 소재들...이 가진 힘 말이다.
가난, 노동자, 가족, 부정(父情), 이방인, 죽음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는 소설집이었다.
그래서 아마 마냥 유쾌할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울컥하고 눈물이 맺혔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수록된 <우이동의 봄>에서는 눈물이 철철 넘쳤다. 하...
그렇게 울 일인가 싶은 일에도 부쩍 눈물이 많아진 요즘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인생의 종착지 다달은 할아버지와 인생의 출발점에 선 손자의 콜라보가 가슴을 울렸던 것 같다.
아빠 생각도 나고 엄마 생각도 나고,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회생활 12년 차인 나의 모습도... 분연히 떠올라서 그렇겠지... 내년에 엄마 아빠랑 꽃놀이 갈 땐 더 잘해드려야지...
재밌는 소설집 하나가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주말 아침이다. 아, 벌써 점심이 되었네...
<왕들의 무덤> 중에서...
- 그래도 중학생이면 키가 작어서 골프백이 질질 끌렸을 텐데......
- 그랬죠. 그래도 다른 애들보단 잘했어요. 키는 작아도 우리 엄마가 튼튼한 심장을 물려주셨거든요.
튼튼한 심장과 작은 체구는 지구에서 오래 살아남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그런데 왜 엄마는 예순도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걸까? 너무 가혹한 노동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버지에게 너무 많이 맞아서? 정희는 엄마에 대한 생각을 애써 밀어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나 학창시절 캐디로 일했던 한 여류소설가의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서,
박희태 의원의 현 사태가 떠올랐고, 미국에서의 나의 기억 한 자락도 떠올랐다.
소설의 영역은 참 넓구나 ... 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도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벌어질 이야기들.
잊지 않고 이렇게 그 이야기들을 펼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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