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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

by 쭈야해피 201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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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을 쓴다는 건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으며 어두운 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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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책 읽는 속도가 줄었음이 분명하다. T.T

요즘 너~무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의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이라도, 계속 손에 들고 있었는데 말이다... 다 읽는데 2박 3일이 걸렸다.

스마트폰은 현실과의 거리를 만든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공유한 세대...

아날로그가 그립지만 디지털을 손에서 놓치 못하는 아이러니도 공감하고 있다.

 

이 책은 2008년 여름부터 2013년 봄까지, 김연수의 단편소설들을 묶어서 발행한 단편집이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는 책 제목은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혹시 날이 밝으면 이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러다가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또 움직이면 그가 깰까봐 꼼짝도 못하고 듣던, 그 빗소리 말이다. 바로 어제 내린 비처럼 아직도 생생한, 하지만 이제는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빗소리.-

 

유부남과 살림을 차린 이모의 이야기... 그 함석지붕집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묘사한 문장에서 발췌된 제목이다.

 

총 11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8번도 넘게 울었던 것 같다.

 

가족의 이야기, 사랑 이야기, 꿈 이야기, 우리 사회의 이야기, 대통령의 죽음, 재개발지역 뒷 이야기, 그 시대의 이야기,,,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울렸다...

감상문을 쓰는 지금도 문득 문득 떠오른 그의 문장들 때문에 울컥... 우는 시늉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특히,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에서 암에 걸린 엄마가 큰누나에게 한 이야기에서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집에서 읽어서 더 많이 울었는지도 모르지... 지하철 안이었다면... 에휴... 펑펑은 못 울었어도 울었을 것 같다.

-인생을 한 번만 더 살 수 있다면, 자기도 그 언니처럼,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사람처럼, 불어 노래도 부르고, 대학교 공부도 하고, 여러 번 연애도 하고, 멀리 외국도 마음껏 여행하고 싶다는 말. 그 말.-

 

아픈 우리 엄마가 생각이나서 일 수도,,, 엄마들은 다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야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여자의 인생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모르지... 내 처지가 한심스러워 그랬을지도...

 

2009년 5월 23일의 날씨를 나 역시 떠올려 보며, 그 때 함께 있었던 사람도 그날 먹었던 음식도 그 음식점에서 보던 뉴스도 그 길과 습도 바람도 다... 기억이 나서 울었다...

 

이 이야기들을 읽는 동안

또 다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런 인생과 가치관에 대해서 생각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그런 연애와 인생도...

 

단편이라서 그런지 행간의 이야기들을 읽으려고 무지 노력했으며 행간이 읽히지 않아서 멍을 때리기도 했다.

그래서 참 고마운 책이었다. 오랜만에 나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했으며,,, 역시 어렵겠지? 라는 생각도 했다.

다 읽어 버려서 아쉬운 책,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컥했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 이제는 웬만해서는 책도 영화도 큰 낙이 되지 못하는 시절인데,,, 고맙다. 나의 낙이 되어줘서...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한 마디하자면, 어쩌다 이런 구석까지 찾아왔대도 그게 둘이서 걸어 온 길이라면 절대로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오.                       

- <벚꽃 새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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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년이 지나는 동안, 엄마는 그때까지 자신이 뭔가를 진심으로 인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내심이란 뭔가 이뤄질 때까지 참아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을 뜻했다. 견디는 게 아니라 패배하는 일. 엄마가 알아낸 인내심의 진정한 뜻이 그게 맞다면, 그 1년이 지난 뒤부터 엄마는 진짜 인내하게 됐다.

- <깊은 밤, 기린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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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고 나면 좋든 싫든 네가 처음으로 보게 되는 얼굴이 있을 것이야. 그게 누구냐면 바로 네 엄마란다. 그 엄마는 죽을 때 아마 제일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보게 될 거야. 인생은 그런 식으로 공평한 거란다.

네 엄마의 삶에 너무 많은 고통과 너무 많은 눈물만 없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죽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얼굴이 평생 사랑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더라도 그건 불행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무조건 결혼을 하고, 그 다음엔 아이를 낳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전부야.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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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똑바로 보기 위해서는 어둠을 배경으로 삼아야 하거든요. 내리는 듯 마는 듯 가는 빗줄기인데도 그렇게 많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세상을 어둡게 만들지 않으면 이슬비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러다가 마침내 내가 그 원고를 읽게 된 건 2009년 5월 23일 토요일의 일이었다. 그날은 꽤 화창했고 기온도 높았다. 어떻게 내가 지금까지도 그날의 날씨를 똑똑하게 기억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날 아침 9시경, 당신들 모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한겨레신문을 읽고 있었다.

-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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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힌다고 한들 달라질 게 뭐가 있나요? ......

... 맞아, 미니야. 무엇이 달라지겠니? 달라질 건 하나도 없어. 같이 살던 사람들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남은 집은 부서지고 또 불타버린 이 동네가 다시 예전으로, 불빛들이 반짝이던 언덕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데. 하물며 탄원이라니. 폐허가 된 그 동네 앞에서 나는 무기력했다. 나의 이런 무기력 위에 뉴타운은, 신도시는, 새로운 세상은 건설될 터였다. 

- <동욱>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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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밖으로 꺼내든 꺼내지 않든,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이 이 세상에는 수두룩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 속에서 자꾸만 뭔가가 울컥울컥 치밀었다. ... 울자. 일단 다 울고 나면 더 나올 게 없을 테니까, 그다음에 고개를 넘어가자. 그런 생각으로 충렬사 돌층계에 앉아서는 울어보려고 하는데, 막상 울려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 ...

그 마지막 언저리의 돌층계를 밟는 순간, 문득 몇 해전, 맞은편 고갯길에서 아버지가 주저앉던 일이 떠오르면서, 그때, 아버지의 그 표정이라니, 라고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영범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영범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우는 시늉을 하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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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각자가 기억하는 신부님의 모습에 대해 말하는 걸 듣고 있노라니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저절로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함께 경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는 조금씩 우리들 사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 <파주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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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뭐, 마지막까지 이해하려는 사람들보다 아예 처음부터 오해한 사람들이 되려 잘된다는 소리니까, 뭐. 그게 희망적일까?

 

친구의 품에 안겨서 꺼이꺼이. 그녀 때문이었다. 그와 그녀도 처음부터 서로 오해한다고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해한다고, 서로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생각했다니.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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