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김연수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라는 책으로 처음만난 작가였는데,
깊고 깊은 그의 자아성찰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 어려운 마음속 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는 데 그럴때 생각나는 작가인것 같다.
무거질 수 있는 우리의 역사 속 이야기와 사랑이야기가 함께 녹아나는 방식. 그런 사랑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전 소설에서도 이번 소설에서도 같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너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지.
... ...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아무것도 없어도 저 문구 하나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울렸지...
내가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요 문구를 사진으로 찍어서 sns에 올렸더니, 어느 엄마가 대답했다.
"일 정도면... 이건 엄마마음인데요???"라고.
그러게 엄마는 나를 우리를 자녀들을 그렇게 생각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못했을 테지요.
사람과 사람사이에 심연이 존재하다는 것은 알 것 같다. 그런적이 많다고 느끼기도 하니까. 그런데 날개가 있어도 날 수 없다니,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니, 참 암담하다.
알 수야 없겠지 정확하게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혹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지 않을까? ... 하긴 날개가 없다면 난다는 생각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못했을 거라고 하니, 그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의 이야기는 그의 바람대로 좋은 책인가 보다. 이것저것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능력일 테니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엄마가 나에게 말한다. 좀 잊어버릴 수 있게... 그래야 잊고 살지. 한다. 엄마는 그런건가 보다.
나는 엄마라는 날개를 달지 않으면, 나의 딸을 낳아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이해조차 할 수 없겠지? 엄마의 그 어쩔 수 없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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