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재미나게 본 한국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모두들 공감하겠지? 너무 뒤늦게 미국에서 본 한국영화이지만,
나도 남들과 같이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의 학창시절은 90년대가 배경이다.
80년대가 아니니까... 이 영화에 나오는 분위기와는 사뭇다르지만,
뭐... 학창시절은 다... 똑 같은게 아니겠는가? 아련히... 그리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10년이 넘었으니까,,, ㅋㅎ 희미하게 사라진 조각들도 너무 많다.
선생님들 몰래 다니던 커피숍, 공원에서 한 단체미팅, 놀이공원, 노래방, 뒷골목 분식집,
펜팔편지,,, 남자친구와 주고받던 일기노트(이름이 뭐더라...?), 단과학원, 독서실, 도서관,,,
친구들이 생일 선물이라고 돈 모아 사줬던 삐삐와 그 삐삐에 남겨진 의미가 담긴 숫자들,
모의고사가 끝나고 친구 집에서 모여 홀짝이던 알코올 까지... 하하하.. ;;
나는 좀 노는 편이었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지금껏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뽑으라면,
친구들과 계파(계모임을 핑계삼아 7~8명이 모였던 모임의 명칭)를 했던 고 2학년 때,
그리고,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전 후로 모여서 놀았던, 고등학교 GMP(Good Morning Pops) 동기들의 모임(이것도 고등학교 때 인연을 맺은 친구들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같이 놀았던 때다.) 이다.
아무튼, 나의 학창시절에 형성했던, 우리 '계파' 친구들은 매주 일정 금액의 돈을 모아서 한달에 한 번 한 친구에게 그 돈을 몰아주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모임이었다. 그렇게 모인 돈으로 큰 도시(마산시)에 나가 옷을 사거나, 그 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도모하는 모임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 끼리 모여서 매일매일 학교 매점에서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주말마다 모여서 놀러 다니고, 그 친구들 중 한명은 집이 노래방을 했는데, 매일 같이 그 노래방에서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남자친구가 늘 있었다.(지금이랑은 정말 정말 다르게도, 거의 끊임없이 남자친구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해야나..켁. 뭐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하고, 헌팅을 당하기도 하고, 학원에서 쪽지도 받고,, 기타 등)
아무튼 그 시절에는 한 반에서 4~5명 정도만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그 중에 한 명이었다. 한마디로 좀 노는 아이였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욕심이 많아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 시험기간에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다. 늘 반에서 6,7등은 한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벼락치기가 가능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수능은 달랐지만... ;;)
그렇게 선생님에게 많이 찍히지도 않았고, 공부 잘하는 친구에서 부터, 반에서 잘 노는 친구 등 가릴것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오지랖 넓은 아이가 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항상 즐거웠던 것 같다. 다만, 아빠와는 수도 없이 싸우는 사춘기를 겪어내고 있었던 딸이었지만 말이다. ^^;
그리고 내가 다니던 학교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경화초등학교, 진해여자 중`고등학교) 그래서, 항상 가을에 열리는 합창대회와 축제가 인기 만발이었는데,,, 그때 그 추억들도 고스란히 살아났다. 영화를 보면서 말이다.
합창대회가 얼마남지 않은 여름부터 우리는 점심시간, 보충수업시간 할 것 없이 늘 연습에 열중했다. 공부를 못하는 꼴지 반이지만, 합창만큼은 1등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꼴지반 담임 선생님은 매번 학생주임 선생님께 미운꼴을 당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가 공부는 못해도 단합력은 좋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 진짜 재밌었는데, 그리고 합창을 잘 해 냈을 때의 그 감동은 아마,,, 느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45~8명의 친구들이 모두 하나가 된 느낌... 아... 소중한 순간들이 참 많았구나... 싶다. :)
얼마전 미국에 여행을 왔다간 내 친구 선희(내 친구 이름도 sunny 구나..ㅋㅎ)도 고등학교 친구다. 우리는 중학교때 펜팔 친구로 알게 되어서,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고, 아직도 베스트 프렌드 중 한명으로 지낸다. 물론, 내 친구 서니는 얌전한(?) 친구여서 나처럼 많이 놀지는 않았지만, 예뻐서 남자친구는 항상 있었다. 많고 많은 일들이 고등학교 때 있었구나... 싶다. 그리고 그 친구들 중 몇몇이 지금까지 남은 내 소중한 친구이구나,,, 싶다.
글로 쓰자면 정말 어마 어마 할 것 같은 학창시절 이야기인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들은, 그 때 그렇게 즐겁게 놀면서 만났던 친구들은 없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이후로, 모든 노는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공부만 했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보충수업, 방과 후 학원, 독서실 까지... 아침에 눈떠서 부터 새벽 2시까지 공부만 했다. 한국의 교육방침은 그랬으니까.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지는 그런 환경이었으니까. 나는 4시간 잠을 자서 그랬는지, 시험운이 없었다. 단 하루의 결과로 그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참으로 억울 했으나, 어쩔 수 없지 모.
아무튼, 학창 시절 그렇게 다짐하고 약속했던 많은 일들이, 이 영화 처럼 한 순간 인생의 뒷편으로 잊혀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일상은 그 추억을 되새기면 살기에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영화 속 하춘화 처럼,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가 성공을 해서 인생의 벼랑 끝에 서지 않는 한, 그래서 그 행복한 추억의 순간을 다시 찾고 싶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 한, 혹, 그렇다고 한들 내 친구들도 나와 같이 행동해 준다는 보장도 없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방울 방울 맺혀져만 있는 것이다.
'그때는 그랬지...' 하면서, 비오는 날, 첫눈이 내리는 날, 문득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게 된 날, 커피향이 너무 좋은 날,,, 혹은, 이렇게 기분 좋은 영화를 보게 된 날,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웃음 한 모금 띄우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때 그 추억이 있으므로 오늘의 나는 오늘을 추억한 내일을 기대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기분 좋은 영화 한편을 본 어느날, 나의 학창시절도 참... 즐거웠노라 되새겨본다...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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