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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한계가 느껴질 때

by 쭈야해피 201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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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하루살이에 대한 힘겨움이 버티기 힘든 단계에 도달했음을 직감한다.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부당함이 애국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아마도 재외국민들의 나라사랑이 왜 본토에 살고 있는 사람들 보다 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말끔히 해소 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 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모저모로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가 느껴진다. 나는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사람이 아닌것 같다.

30년을 넘게 살아가면서, 사람이 사람을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기만하고 모욕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이 사람이 나와는 다르고 저 사람은 나와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 이 정도 생각해 본 것 같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고, 저 일은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넘겼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돈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신분(이 시대에도 이런게 존재한다)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사람을 낮게 평가한다. 내 나라에 살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인데, 아마도... 부모라는 배경이, 학벌이라는 재단이, 그리고 조금은 나의 노력이라는 보답이 작용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타지에서는 어떤가? 나는 이곳 미국 땅에 부모 없는 고아이며, 미국 주 정부가 인정하는 어떤 미국 정식 졸업장도 없으며, 이곳은 인간의 노력과, 땀방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 사람들을 돈으로 부리는 노예제도가 여전히 존재하여 얼마든지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업신여길 수 있는 것이다. 하! ... 신 노예주의가 어엿하게 존재한다.
거기서 나는 ...?? 잘 모르겠다. 그냥 하나의 사람이고 싶은데, 아마도 외국인 학생정도로 여겨질 것이며, 일을 할 때는 불법으로 일하는 가난한 외국인으로 여겨지겠지.

그냥,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뼈져리게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겠지만, 나는 뼈져리게 느끼지 않아도 ... 너무 예민하게 깨닫는 사람의 하나인 것 같다. 무덤덤히 넘기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되는 것을... 굳이 온몸으로 구석구석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예민도 병이라고, 감수성이 나를 스스로를 힘겹게 한다.

그래, 그래서 더욱 더 '그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쉽게 잘 그만두는 타입의 사람인가 보다. 그만큼 강인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인지, 그만큼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인 것인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인지. 혹은, 한계를 넘어서야겠다는 도전적인 사람이 되지 못하는 한낱 나부랭이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흠... 이제 젊어서 사서하는 고생은 그만 둬야 할 것 같다.        훗날 그때 그 고생이 나를 이만큼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기억하면 여한이 없겠지만, 지금은 사람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 그 이중적인 그들의 악함에 너무 너무 사람이 싫다... 아니, 어쩌면 반대로 너무너무 사람이 그리운데, 다들 그 이기적임에 내가 도리어 튕겨져 나오는 것이 이제는 두렵다고 해야하는 것이 맞는 말인것 같다.

다들 똑같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나 역시 다르지 않을 텐데...를 깨달으면, 더 없이 추악한 내 모습이 드러날까봐... 나도 그렇게 저들처럼 변하게 될까봐 그게 제일 두렵다.
젊어서 고생은 어쩌면 사람이 사람을 업신여기는 잘못된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의 나쁜것을 먼저 배우게 되니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나도 저들처럼 그렇게 내가 받았던 그 행위들을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더 큰 패배감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은 내가 꿈꾸던 어른들의 세계가 아닌데, 이제 나는 그 현실을 알아버렸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것이 너무도 싫다... 이제 그만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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