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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내 아버지에 관한 기억 - 2005년의 한자락에서 찾은

by 쭈야해피 2007.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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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4일 아버지에 관한 글

언제고 나의 상념속에 큰 덩어리로 자리잡아 길고 긴 글로 옮기고 싶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나의 아버지이다.

내가 읽었던 소설 속의 주인공 아니, 주변인물들의 삶이 나의 아버지의 삶이고,
한국의 역사 속에 나의 아버지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나의 눈물과 염려 속에도 스미듯 묻어 나오는 것이 나의 아버지이다.

우리 집에는 아들이 없다. 나는 자주 아들이 없다는 아버지의 푸념을 들으면서 자랐고,
그 말 속에는 아들보다 잘난 딸로 자라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음을 언젠가 알게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요즈음 아들이 없어 더욱 외로워 보이고, 초라한 어깨를 자주 보이신다.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일 수 없는 딸이라 죄송하고,
예전과는 다른 당신의 건강상태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변함없이 드시는 모습에
화가나 쓴 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술 좀 그만 먹어~!! 아프면 나는 나 몰라라 할꺼야!!!..."

어린시절 나의 아버지는 커다란 분이셨다.
늘 계획있는 삶을 사셨고, 노후준비를 나에게 설명할 정도로
자신의 삶에 대한 준비와 확신이 명료하던 분이셨다.
돈을 쓰는 방법과 집안을 정리하는 방법까지 소소이 알려줄 정도로 자상하기도 하셨고,
초등학교 3학년이던 내게 나눗셈을 제대로 못한다고, 밤 12시가 넘도록 꿀밤을 때려가며
가르쳐주시도 했다. 그 이후로 내가 수학만큼은 늘 상위권이 되도록 만드셨던 분이다.

어린마음에 무섭고 미울때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화난 얼굴은 돌아서면
수염으로 장난을 치고, 뽀뽀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셨던 장난 많고 다정한 얼굴이기도 하셨다.

내가 아버지의 좋은 점만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증오했던 적도, 가출을 할 만큼 나와는 상반된 의견을 고집하실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와서 아버지의 어깨를 보고 있노라면 죄송하기만 하다.
언니도, 여동생도 그런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을까? ...
나만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그리운 건가? ...

이 다음에 부모님 중 홀로 되신 분이 어머니라면 나는 주저없이 함께 살 것이다. 알콩 달콩...
하지만 아버지라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지만 다르고 부딪힐 부분이 많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끝없이 교육을 베푸실 줄 알았던 아버지는 언젠가 부터 계획없는 삶을 살기 시작하셨고,
나에게 더이상 커다란 분이 아닌 삶의 길로 향하셨다. 아버지도 알고 계실까? ...

이제는 물려받은 산 밑의 밭에 조그마하게 이것 저것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시며,
홍콩영화 채널에 빠져서 지내시는 아버지...
몇 달만에 집을 찾은 딸에게 반갑게 웃어주기 보다는 뒤돌아 담배만 태우시는 아버지...
그 분이 어떻게 변하고, 늙어가시든지.. 나는 변함없이 사랑할 것이다.

이해하기 힘들고, 때로는 몹쓸 딸이 되어버리지만, 늘 나를 믿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사랑하는 아버지임을 알기 때문이다.

조금 더 힘을 내어 아버지께 아들보다 더 소중한 딸이 되어드리고 싶다.
언젠가부터 사랑한다고 효도 할꺼라고 말씀 드려도 믿지 않는다는 눈빛을 지으시는 아버지께
더 늦지 않게 꼭 해야할 말은...
아마도... " 아빠 사랑해... 오래 오래 건강해 ..."

- 철이 들지 않을 것 같던 말썽쟁이 둘째 딸 선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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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찾아서, 다시 옮겨 적고 났더니, 새삼 한해 한해 더 크고 있는 나를 느낀다.
저 때만해도 참... 부모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버지는 지난해부터 다시 일자리를 구하셔서, 나름의 방식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
이제는 그만 쉬셔도 될텐데... 밭에서 소일거리를 해도, 힘든체력인데.. 둘다 거뜬히 해내고 계신다.
엄마는 이번주까지만 일을 하고 이제는 안 할꺼라고 하신다.
두 분 다 오래오래 고생이 많으셨다. 한국사람들은 정말이지 일하는 걸 좋아하는 걸까? ...

2년도 훨씬 지난 지금 보니,,, 내가 부모님의 마음의 10분의 1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한해 한해 나이가 든다는 건, 한해 한해 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쌓이는 느낌이다.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스스로도 또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좀 더 강한 사람이 되어, 내가 지켜내고 싶은 많은 것들을 이루고 싶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도, 시간이 흐르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욕심을 버리게 되겠지?
아직은 욕심이 많은 나라서, 어리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많이 부딪치고, 많이 넘어지면서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야겠다. 평온한 삶을 누릴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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