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허삼관 매혈기 - 부(父)정이란?

by 쭈야해피 2007. 11. 26.
728x90
반응형
일본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면, 중국에는 위화가 있다.(??)
- 어디까지나 짧디 짧은 지식의 독서 애호가로서의 추측이지만... -

꾸준한 사랑을 받아, 10년 만에 새로운 표지와 인사말 추가 ..등  재발간된 책~!!
친구가 적극 추천한 위화의 장편소설 중 하나를 읽었다.
재밌다. 가슴도 뭉클하고,,, 중국이란 나라의 단편을 보아서 더더욱 좋았다.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만에 책을 다 읽었다. 것도... 바쁘고, 아프고 그런 와중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풍자회화라고 하나? 풍자 소설... 해학의 미학? ... 뭐 이런 말들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대상은 물론, 유교사상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상.. 이런 것들을
그림을 보듯 자세히 그리고 유쾌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말도 많고 정도 많고 소심하기까지 한 허삼관이 피를 팔아 아들 셋과 아내를 뒷바라지 하는 내용인데,
그 말 많은 아버지의 행동이며 대화 내용, 상황 등이 익살스럽고 그리고 애처롭다.
참.... 이상하지? 익살스러우면서도 애처롭다니...
가부장적 시대의 아버지상이 ... 사실은 더 없이 정겹고, 자상하다니...



예전에 나의 아버지에 관해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대한민국 근 현대사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의 아버지의 족적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는 얘기 였다.
내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하셨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노무자로 다녀오셨다.
한국이 잘 살게 된 배경에 내 아버지는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자리하셨다.
격동의 새마을 시대를 지낸 아버지를 뒤로, 나는 80년에 태어났다.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그해 태어난 나는 격동도 모르고, 박정희도 모른채 민주주의를 누렸다.


소설의 주인공, 허삼관은 중국이 인민공화국이 되던 그 즈음을 전후로 살아낸 사람이다.
나는 중국의 그 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세계사를 배웠어도, 위촉오와 진나라, 청나라는 알아도... 지금 중국의... 근 현대사는 모른다.
그래서 허삼관이 피를 팔아야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고, 삶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는
그 정황과 사실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이다. 아들 셋의 아버지...

나는 딸 셋을 둔 한 아버지를 안다. 허삼관처럼 늘 익살스럽진 않아도...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턱수염을 드리대는 아버지를...
피를 팔진 않아도, 올해 환갑을 맞으시고도, 하루 걸러 하루 밤샘을 끄떡없이 해내시는 ...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참 재밌게 읽었다.

물론, 가부장 시대를 살아내는 허옥란이 안쓰러울 때도 있고, 허삼관이 밉살스럽기도 하고...
내 아버지가 떠올라 속상하긴 했지만... 이 모든게, 책에서 누릴 수 있는 감정이라니?
참, 신기하고도 고마운 일이 아닌가??  작가의 대단한 힘은 독자와의 감정교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내 아버지도 더이상 피를 팔 수 없는 허삼관처럼,
힘도 없고, 온기도 없고,,, 쭈글쭈글 마른 몸만 남았다.
- 물론, 본인은 아직 알통이 쬐금 남아있다고,, 고기를 보충하면 예전만은 못해도 다시 불끈불끈 할 수 있다고,, 내게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에 힘을 실어 내밀곤 하신다.. ^---^;;-

그런 아버지의 웃음만은 오래오래 남으셨으면 좋겠다.
나라가 어떻고 저떻고,,, 축구를 저따위로 하니 ... 볼 맛이 나냐고 소리를 지르고,,,
듣기 싫은 욕을 곧 잘 하셔도...
그래도 허삼관과 그의 아내 허옥란처럼... 아웅아웅 오래오래 웃으면서 사셨으면 좋겠다.

자식이 아비 마음을 어찌 조금이라도 이해할까 만은...
돈 많이 벌어 따뜻한 국밥, 아빠가 드시고 싶다던 진짜 육회 .. 사드릴 때까지... ...
좀 더 그 부정이란 것을 오래오래 느낄 수있으면 좋겠다.
멀리 살아서 내복 한 벌 조차 택배로 보내는 죄송한 딸이지만... 말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