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초엽의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7편의 중단편 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은 종종 단편에서 만나봤었는데, 예전에 써둔 감상문에서 2번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인상 깊었던 내용들이 있었고, 아~ 그 작가님이구나! 했다.
https://hearthouse.tistory.com/661
[독후감]시티픽션,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어디 사세요?" 라는 질문은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오고가는 질문이다. 소설가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어떤 대답으로 돌아올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헤드카피는,당신의 도시는 지금 어떤
hearthouse.tistory.com
https://hearthouse.tistory.com/579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_독서 감상문
오늘은 문학동네에서 매년 선정하고 있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후기입니다. 등단한지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의 중단편 작품들을 모아 심사를 진행하고 대상과 수상작품을 선정하여 엮어
hearthouse.tistory.com
이번 소설에서는 굉장히 놀라는 지점이 많았는데, 소재 선택이나, '아! 이렇게 거꾸로 거꾸로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는 '깨달음의 지점'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요즘은 책을 읽어도 감상문을 잘 쓰지 않았는데,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SF를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운 마음에 짧게나마 남겨본다.


달고 미지근한 슬픔
pg. 254
실제로 단하는 벌들을 다룰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만 마리 벌들 사이에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단하를 붙들었다. 평생을 품어왔던 부유하는 느낌, 이 세상에 없는 느낌, 그 공허함 속에서 단하를 세계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그래서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감각. 그 살아 있다는 느낌이 통증과 동일하지는 않았다. 그건 양봉의 총체적인 감각에서 왔다. 하지만 통증은 그 총체에 분명 녹아 있었다. "살이 있다고요?" 규은이 차갑게 물었고, 단하는 순간 당황하며 규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비구름을 따라서
pg. 366~367
- 쓸모를 증명하라고 말하는 세계에 저항하려고.
그 이유가 너무 철없고 황당해서 보민은 나 참, 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연은 깔깔 웃었다. 정말로 심각한 일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이 농담인 것처럼. 이연이 그러는 걸 보니 애초에 지금까지 들려준 이야기도 전부 하나의 농담이었구나 싶어 보민은 픽 웃으며 소파에 기대 누웠는데, 갑자기 이연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 보민 너도 거기 있을까? - 글쎄. - 있잖아, 만약 우리가 거기서 만나면 말야. - 응. - 너도 동참해야 해. - 나도? - 우리 같이 비구름을 따라가자.
... ...
비구름을 따라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은 필요 없겠지. 녹색이 되어서 비구름만 따라다니면 녹색 몸은 더 짙게 물들고, 더 쓸모를 잃겠지만, 분명 자유롭겠지. 언젠가 이연이 말했었다. 어떤 세계에든 거기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거야. 밤하늘만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있는 거야. 그러니 서로 닿을 수 없어도 먼 곳의 별처럼 말해줄 수는 있겠지.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그곳이 전부가 아니라고.
가끔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기준점을 두고 이방인이라고 느낀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느낌이니까,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곳에 속하지 못해 붕 떠있는 느낌. 언제라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럴 때 이 책 속의 이야기처럼 어딘가 저 먼 곳의 세계를 상상하면 어떨까? 근사한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가능성이 되기도 하고, 탈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필요한 세계.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것이 쓸모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아닌데, 상상은 더 큰 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인데.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야기가 만들어 주는 무궁무진한 세계로의 초대, 그 초대에 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날들을 기대한다.
'감상문(talking book & cont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벨문학상의 작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0) | 2025.02.21 |
|---|---|
|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0) | 2025.01.08 |
| 소년들_부조리한 세상에 가끔은.. (2) | 2023.11.14 |
| [독서감상문]울면서 읽었지만 너무 좋았던 이야기_밝은 밤 (2) | 2022.08.29 |
| [독서감상문]완전한 행복_이기적인 인간의 끝판왕 (4) | 2021.10.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