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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動(impression)

용산참사 -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떠오른 세입자의 고통

by 쭈야해피 2009.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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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로 숨진자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오늘(1.31)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쫒겨나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얼마나 처참한 심정인지를... 갈 곳 잃은 세입자들은 철거에 대한 압박에
새로운 터전을 찾아나서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갈 곳은 없다.
서울의 집값은 너무 비싸고, 세상은 세입자들의 목소리에 무관심하다.
아니, 어쩌면 냉혹한지도 모른다. 저들이 망루에 올라 버티기를 할라치면
그들은 돈에 욕심을 내는 나쁜 사람들로 몰린다.
용산구청장의 발언에 의하면, 떼쟁이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자녀가 세입자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떼쟁이라는 망발을 들으며...

사진출처: 한겨레

나는 지난해 8월 남가좌동에서 쫒겨난 세입자이다.

내가 본 이번 용산참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일이다.
적어도 재개발이란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한민국, 서울공화국에서는 말이다.

재개발 [再開發]
[명사]이미 있는 것을 더 낫게 하기 위하여 다시 개발함.
 
이사를 하고 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생겼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이냐?"
 
내가 살던 집은 꽤 넓고 좋았다. 그 동네에는 근처에 시장도 있고, 병원도 있고,
바로 앞에는 홍제천이 흐르는 산책하기 좋은 공원도 있다.
게다가, 큰거실+방+욕실12평 가량의 널찍한 1인가구주택인데, 전세 2300 이였다.
계약서에 2년을 썼지만, 나는 1년 6개월도 채 못살고 쫒겨났다.
게다가 재개발 발표되기 전에 2년을 살지 않았으므로, 이사비용도 받지 못했다.

더 억울한 건 이사하는 당일날 내게 보였던, 새집주인 대행이라던,
너무도 어의 없는 행태였다.
이사비용은 총 80만원 가량들었는데, 고스란히 내돈 들여 이사를 했건만,
이사 당일 나는 부동산을 2번이나 오고가며 울고 또 울고,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걸 다 처리해 주지 않으면, 전세금을 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집 없는 설움으로 ... 서울에 살 수 밖에 없는 세입자의 설움으로...
울면서 다 해주는 수 밖에 없었다. 힘없는 자는 처참하리만치 당하는 수 밖에 없다.
(나는 총 6세대가 사는 건물에 여자 세입자로서 마지막까지 살았다.
내가 이사간 후 남은 세입자는 남자 어른 1명이었다.
그 즈음 동네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매일 해가지기 전에 귀가를 했다. 무서웠다...)

그리고 내가 이사한 곳은 전세금 2000- 월세 30만원을 내는 곳이다. (현재)
방은 더 좁아졌고, 옆집과의 방음은 결코 되지 않는 곳이다.
그 전에 살던, 전세집에서 별안간 월세 30을 더 주는 셈이 되었지만,
주거환경의 질은 훨씬 떨어진 셈이다.
좋은 점은, 시내에 다니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10분 정도 단축되었다는 것.
교통의 편리함 10분에 생돈 30만원이 매달 누군가(있는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누가, 실감이나 할 수 있을까? 세입자로서 쫒겨나보지 않은 사람들이...
2300 전세집에서 잘 살던 사람이, 자기돈 100만원 들여 이사를 해도,
매달 30만원씩 내야하는 집으로 쫒겨나는 심정을 ...
(서울이라면 지긋지긋하지만, 내 일터는 서울에만 있다. 집중되어있지 서울공화국!!)

용산 세입자들의 경우는 훨~씬 심각하더라...
2억 3천 대출금을 이제 3천 갚고,,, 2억에 대한 이자만 간신히 갚고 있는데..
(이런 불경기에..)
5천만원만 주고 나가라니?? 이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죽으라는 소리로 들린다...OTL)

게다가 생계가 걸린 일터를 깡끄리 마음대로 부수겠다니...
그들의 불안감은 나의 백배는 더 했으리라 생각하니, 내 가슴도 먹먹해 진다. 
아들 딸 공부도 시키고, 시집 장가도 보내야하고,
부부가 남은 노후자금도 마련하려고, 이르 모으고 저리모아서 얻은 가게일텐데...

사람을 죽여놓고 이제서야 니탓 내탓 아무리 외쳐봐야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고
결국은 이번일을 계기로
세입자들은 '돈 없는 게 죄'라며, 다른 밥벌이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원통하게도)
니탓 내탓 따지기 전에, 정말 이대로 사람까지 죽이는 재개발이 무슨 의미인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그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아야 하지는 않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1월 31일 토 11시 10분 ~
"무너진 망루 용산참사를 말한다" 를 보고...
책상에 앉아 '니탓 내탓' 하는 그들도 세입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길...
http://www.sbs.co.kr/new/tv/docu/

그런데, 30만원 월세 내기도 버거운 나 같은 세입자들에게,
용산참사에 이어 또 다른 불안한 일들이 일어날까 두렵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은 또 어떤 불안을 안고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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