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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memories of the period)/바르셀로나(BCN) Story

[바르셀로나]Day35_2월6일 산책코스

by 쭈야해피 2019.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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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31일부터 2월2일까지 그라나다 여행을 하면서 2박 3일 내내 비가 내렸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알함브라 궁전까지 빡세게 구경했더니. 당근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3일 4일 이틀은 한국에서 가져간 종합감기약을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고, 5일에는 간신히 일어나서 도서관에 가서 글을 썼다. 마트에서 장도 보고.

그러고 6일에 드디어 산책을 갔고, 커피를 마시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담요를 샀다. ㅋㅋ 이날 산책코스고딕지구를 한 바퀴 돌아 대성당 앞에서 멍을 때리고, 항구로 방향을 틀어서 해양박물관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하고, 또 멍을 때리다가. 석양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와 다시 항구 반대편 페리와 선착장들이 주욱~~ 있는 난생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코스로 걸었다. 화물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과 자동차들만 쌩쌩다니는 길이었다. 사람이 없었고, 중간중간 경비? 보안? 요원들이 서 있었다. 원하는 석양은 볼 수 없었지만, 나름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는 무서움과 낯설음이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일종의 공포와 궁금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 멀리 걸었고, 해가 이미 떨어져서 돌아오는 길은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다시 관광지로 왔다. 버스는 퇴근시간이었는지 만원이었다. 대박! 만원버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ㅋㅋ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왜? 이 성당에는 안 들어갔을까? 왜 매번 밖에서만 구경을 했었을까? ... 신기하다. ㅋㅋ

최애 카페. 책도 읽고, 멍도 때리고, 커피도 마시고, 아무 이유없이 들렀다 쉬었다 대화를 나눴다 한 곳.

아무도 걷지 않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감기가 걸렸는데,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쏘이며 걸었다.

끝도 없이 정박장이 있었다. 몬주익 언덕에 올라갔었을 때 아래에 배들이 엄청 있었는데, 거기였던 거 같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저 언덕을 돌아서면 바다가 딱! 있을 거야 하고 걸었는데. 결국 밤이 오고 말아서.. 무서움에 포기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하고서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보안요원 아저씨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봤다. 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 뭐 볼 거 있다고 오지? 여기 위험한데? 길을 잃었나? 버스는 잘 안 오는데. 오긴 오니까 타겠지?' 암튼 그런 눈빛이지 않았을까. ㅋㅋㅋ 생각할 수록 웃긴다. 각 포트마다 보안요원들이 있었는데. 여자 관광객이라 경계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암튼 버스 정류장에 내가 드디어 멈춰서자 다들 관심도 멈추었다. 내가 서서 기다리던 그 버스 정류장에도 여객선들이 도착하는 시간에는 여행자들이 앉아서 기다리겠지? 

이날은 2만보 정도 걸었던 거 같다. 나의 스페인여행도 이제 2주 가량 남았을 시점이라.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산책을 나가려고 노력했다. 아마도 이날은 앞으로 열심히 글을 써서 마쳐보겠다. 돌아갈 때 후회 없이 돌아가리라 마음 먹었던 그런 날이었던 거 같다. 저 멀리 보일듯 보이지 않는 그 길의 끝을 향해 걸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던 거 같다. 정확하지는 않다. 벌써 5개월도 더 된 여행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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