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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動(impression)

<스크랩> 폐지수집 노인들의 인터뷰 - 경향신문

by 쭈야해피 2007.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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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였을까?
내게는 참 특이한 광경이 있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혹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 폐지를 수집하는 광경이었다.

아마도 4년 전만해도, 지방에는 무가지가 그렇게 많이는 없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서울 지하철을 비롯해 언젠가부터 무가지 신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니,
폐지를 모으는 노인들도 차츰 차츰 늘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서울이 아닌 곳이 어색하기까지 한 나로서는
이 풍경 역시,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이제서야 이분들의 인터뷰를 접하게 됐다.
그때만해도 너무 궁금해서 ... (저 폐지를 모아서 어디다 갖다주지? 모으면 얼마나 할까? ... 등등)
내가 취재를 나서 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쨋든 내 꿈은 복지TV를 이루는 거니까..

여튼, 기사를 읽는 내내 침울했고, 마지막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이들의 대답이... 가슴 시리게 속이 상했다.
대통령이 누가되든 변하는게 없지만... 투표는 꼭 하겠다는 ... 뭐 본래 그러니까.. 라고
이미 체념한..

저들도 우리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인데 말이다. 어느 누구하나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변양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두들 촉각을 세우고 있는데...
원더걸스가 매일 똑같이 tell me를 외치며 똑같은 춤을 추는데...
군인이고 경찰이고 다 따라 추는데..
어느 누구하나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을 따라가 보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무거워 보여서, 상수역에서 서강대 근교까지 옮겨드린 적은 있지만 말이다...
어디까지 가시는지 끝까지 따라가서 얘길 들어 본 적은 없다. 아주마니 무거웠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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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인의 자화상](23) 폐지 수집하는 노인 4인의 ‘고단한 여생’
입력: 2007년 10월 21일 17:05:06
 
“온 종일 시장 뒤져 3000원 벌이… 폐지 팔아선 입에 풀칠못해”

“45㎏, 4000원!”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노인들이 저울 앞에 한줄로 길게 늘어서 하루 품삯을 받는다. 더러는 리어카가 주저앉을 정도로 산더미 같은 폐지를 모아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조그만 손수레에 담아온 신문더미와 종이 박스 몇 개가 전부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모은 폐지로 받은 1000원짜리 몇장을 허리춤에 넣은 노인들은 엉덩이를 붙일 새도 없이 다시 폐지 모으러 시장으로 향한다. 이들에게는 여생이라는 개념이 없다. 오늘 먹을 저녁 찬거리를 위해, 몸져 누운 자식을 위해 폐지를 모아야 한다. 바닥을 쓸던 손은 갈퀴처럼 앙상해졌고 하루에도 수천번씩 굽혔다 펴야 하는 무릎은 망가져가고 있다. 배우지 못해서, 남들만큼 약지 못해서 고생한다는 노인들은 그래도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몸 건강히 일할 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지난 10일과 12일 두차례에 걸쳐 서울 용산과 마포구 아현시장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 4명을 만나 고단한 그들의 일상을 들어봤다.
12일 오후 서우 ㄹ마포구 아현시장을 돌며 폐지 수집을 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양순용·박병임·장봉순씨(왼쪽부터). 민병언씨는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이호준 기자>

# 몸 성할 때 한푼이라도 벌어야

사회(이호준 기자)=왜 폐지수집 일을 하십니까. 자식들이 생활비를 주지 않나요.

박병임=아파트에서 막내아들과 같이 삽니다. 다른 자식들은 다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지만, 막내아들이 몸이 아파서 저랑 같이 삽니다. 저마저 없으면 누가 아들 밥 챙겨주고 합니까.

장봉순=올해 35살인 막내아들이 아직 결혼을 안해서 같이 살아요. 아들은 빌딩 청소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 벌이가 좋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그래도 밥도 해줘야 하고 빨래도 해줘야 하고 뒤치다꺼리 할 게 많아요. 하지 말라고 해도 집에서 놀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양순용=올 봄에 상처하고 지금 빌라에서 혼자 삽니다. 예쁜 며느리도 둘이나 있어요. 얘네들이 같이 살자고 하지만 제가 불편해요. 여름에 더워서 웃통이라도 벗을라치면 눈치보이고 며느리도 그런거 편하지만은 않잖아요. 외롭고 적적하지만 아직까지 혼자 지낼 수 있으니까 혼자 살 수 있을 때까지는 이렇게 지내려고 합니다. 계속 일을 해왔었고 또 이거 안하면 다른 일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공과금하고 담뱃값은 제가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예요.

민병언=딸하고 손녀들하고 같이 삽니다. 이렇게 벌어서 혼자 살 수는 없어요. 딸이 사업을 하고 있어서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저도 벌 수 있으면 버는 거죠. 그래도 돈 많이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폐지 수집한다고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때는 화가 납니다. 얼마전에는 그냥 지하철역 앞을 지나가는데 무가지 나눠주는 사람이 저더러 신문 훔쳐간다면서 막말을 하더군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오해를 받으니 정말 괴로웠습니다.


# 3000원 벌기 위해 하루종일 일해

사회(이호준기자)=하루 벌이가 얼마나 되십니까.

박병임=하루에 폐지 한번 수집하면 ㎏당 85원 정도 받습니다. 대중없지만 하루에 3000원 벌 때도 있고, 4000원 벌 때도 있어요. 몸이 아파서 다른 일은 못해요. 그나마 ㎏당 35원이던 폐지값이 요즘 많이 올라서 조금 나아요. 그러나 이걸로 생활비는 안돼요. 라면이라도 사먹을 수 있고, 그냥 놀 수 없으니 일하는 거죠. 막내아들(60)하고 같이 사는데 막내도 몸이 안좋아서 지금 일을 못합니다.

장봉순=7000원에서 1만원 정도가 하루 벌이입니다. 그나마 이렇게 1만원이라도 벌어야 라면도 사고 계란도 사죠. 이틀이나 사흘 벌면 라면 한박스는 살 수 있어요. 만원짜리가 생기면 아들한테 주기도 하고….

양순용=아침 9시쯤 나와서 새벽 1시까지 폐지를 수집하면 2만~3만원 정도 법니다. 할머니들보다 저는 힘이 좀 있어서 많이 버는 편입니다. 그래도 생활비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움직일 수 있으니 이렇게라도 움직여서 담뱃값이라도 벌어야 되지 않겠나 싶어서 나오는거죠. 이렇게 번 돈 한달 다 모아봐야 예전에 공사장에서 일할 때 이틀이나 사흘 일하고 벌었던 돈에는 못미쳐요. 형편없는 수입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민병언=500원도 벌고 3000원도 벌고 대중 없습니다. 지금 이 일을 16년째 하고 있는데 먹고 살려고 한다면 벌써 그만뒀을 겁니다. 예전보다 많이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1000원 벌면 손자들 우유도 사주고 빵도 사주고 그럴 수 있으니까 나와서 하는 겁니다.

# 늦은 밤까지 폐지 수집, 쉴틈없어

사회=하루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박병임=오전 9시쯤 나와서 폐지 수집해서 오후 3시쯤 수거해가고 나면 내일 또 팔아야 할 폐지를 모아야 되니까 다시 일합니다. 저녁까지 또 모아둬야 내일 팔 분량이 생기기 때문에 쉴 수 없어요. 또 하루라도 쉬면 다른 사람들이 다 모아가 버리기 때문에 계속 시장을 돌아야 해요. 경로당이나 이런 데 가려면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안갑니다. 괜히 모여서 돈이나 써야 하는데 갈 수 없죠. 그냥 쉴 때는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어요.

장봉순=아침에 일어나서 폐지 수집하고 나면 또 폐지 수집하고…. 집에 돌아 가서 살림도 해야 되고… 시간이 없죠. 움직이면 돈들어가는데 따로 하는 일은 없습니다. 공원이나 경로당 가도 특별히 재미난 것도 없어요.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은 그냥 일해서 한푼이라도 벌어야지요.

양순용=다른 데 한눈팔 시간이 어디 있어요. 아침에 밥 차려 먹고 일하러 나오면 새벽 1시까지 계속 일해요. 밥먹고 담배 한대 피우는 시간 말고는 쉴 수가 없지요. 여기도 경쟁이 심해서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그나마 박스라도 한개 더 챙길 수 있어요. 일요일에는 폐지 수거하는 사람들이 안나오지만 그날도 일을 해서 모아둬야 월요일에 팔 수 있는 폐지가 생깁니다. 밤에 집에 들어가면 빨래도 하고 밥도 지어놓고…. 다른 것 할 시간이 없어요.

민병언=저는 다리가 많이 아파서 일을 계속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동네 홍보관(건강식품 판매장)에 가서 낮에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홍보관에 가면 내 또래 사람들도 많고 공연도 하고 노래자랑도 하고 해서 재밌어요. 낮에 가보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또 젊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해주고…. 그만한 데가 없더라고요. 좋은 약도 파니까 저처럼 어디 아픈 사람들 식품도 사가고….


# 병원은 비싸서 엄두도 못내

사회=건강은 어떠십니까. 병원은 자주 가시나요.

박병임=돈이 없어서 안갑니다. 그런데 쓸 돈이 어디있습니까. 제가 환갑때까지 전주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다리가 망가졌는데, 그때 병원간 이후로 한번도 안갔습니다. 결국 그때 다리가 완전히 낫지 않아서 농사일도 못하게 돼 서울로 올라온 거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하지는 못했어요. 얼마나 비싼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한번 가기가 겁납니다. 아프면 그냥 집에 누워있는 게 제일이에요.

장봉순=잘 먹고 잘 자면 건강한데 병원을 왜 갑니까. 병원 갈 일 있으면 좋은 것 먹고 푹 쉬고 하는 게 더 낫죠. 비싸서 엄두도 못냅니다. 병원 약값이 얼만데 돈을 씁니까.

양순용=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게 마련입니다. 병원에 간다고 낫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저는 나라에서 정기점검 해준다고 해서 두번인가 큰 병원 가서 진료 받았습니다. 그런데 형식적이라서 검사를 해도 아픈 데가 없다고 그래요. 피 뽑고 엑스레이 찍고 검사 여러번 했는데 제가 아픈 데가 있다고 해도 검사 결과는 안아프다고 나옵디다. 엉터리예요.

민병언=양약은 먹으면 속을 다쳐서 잘 안먹습니다. 대신에 홍보관에서 건강식품 28만원짜리 사서 계속 먹습니다. 병원에 가서 비싼 돈 주고 약먹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습니다. 저도 무릎을 심하게 다쳐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요즘 홍보관에서 약을 사먹고 조금 좋아졌습니다. 옛날에 다쳤을 때 돈이 있었으면 수술해서 완전히 낫게 했을 텐데 돈이 없어서 그렇게 못했어요. 인공관절 수술이 몇 천만원 한다는데, 500만원만 든다고 해도 빚을 내서 하고 싶어요. 그런데 워낙 비싸다보니 그냥 포기하고 사는 거죠.


# 보조금도 굽신거리며 받아야 하나

사회=정부의 노인복지 혜택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박병임=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신청하려고 해도 아들이 있어서 안된다, 가족이 있어서 안된다,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지금은 아예 그런 것 생각 안합니다. 나라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 같은 사람들 도와준다고 하는데, 전 아직 한번도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어요.

장봉순=저도 그런 지원 받아본 적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조건이 안된다. 지원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 이렇게 너무 복잡해서 그냥 안합니다. 저는 예전에 구청에 가서 한번 크게 싸우기도 했어요. 또 보조금 받자고 동사무소 같은 데 가서 굽신거리기도 싫고 조사받기도 싫습니다 이제는. 우스갯소리지만 옛날에 인민군들이 내려왔을 때 무슨 조사한다고 와서 사는 것 둘러보고 간 것 빼면 나라에서 사람 나와서 조사해 간 적은 한번도 없어요(웃음).

양순용=노인수당으로 교통비 1만2000원인가 받는 것 빼면 나라에서 받는 보조금은 없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제가 움직여서 돈을 벌 수도 있고 해서 따로 나라에서 돈을 주거나 하는데 신청하지는 않았습니다.

민병언=저도 자존심이 있어서 그런 돈은 안받습니다. 가서 따지면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주는 돈은 받고 싶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 전매청에서 28년 동안 일하면서 연금이 있었는데 딸이 사업을 시작한다고해서 일시불로 받아서 줘버렸어요. 이제는 나오는 게 없죠.



# 이제는 쉬고 싶다

사회=지금 가장 바라는 소망 한가지가 있다면….

박병임=한 푼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아파서 일을 못나가면 그것만큼 서러운 게 없어요. 그러나 이제 그만 일하고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플 때 집에서 쉬어도 되는 정도만 돼도 바랄 게 없어요.

장봉순=저도 이제 쉬고 싶습니다. 일 안하고 집에서 쉬고 놀러도 다니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요. 나라에서 한달에 한 30만원만 준다면 좋겠네요. 더 바랄 게 없죠. 그리고 우리 막내아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장가가는 거죠.

양순용=아프지 않는 게 제일이죠. 또 자식들한테 신세 안지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민병언=바라는 거 없어요. 다리 아픈 거 수술해서 나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만 지금처럼 건강하게 그냥 탈없이 지내고 싶어요.

# 대통령 바뀌어도 우리 삶은 안변해

사회=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병임=투표는 꼭 하러 갈 겁니다. 지금은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에 몇천원씩 벌어서 라면 사고 반찬 사서 먹고 사는데 그 사람들(정치인)만 그걸 몰라요.

장봉순=국회의원이니 대통령이니 투표를 수도 없이 많이 했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대통령이 여러번 바뀌어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뭐가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좀 우리 같은 사람들 이제 먹고 살 걱정 안하고 편안히 쉬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없나요.

양순용=원래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민들 삶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서민들 말고 돈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잖아요. 구조적으로 그렇게 돼있는데 누가 나온다고 해서 우리 생활이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요. 똑같죠. 국회의원, 대통령, 장관 다 둘러보세요. 우리처럼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있는지. 그런 부자들, 힘있는 사람들하고 정치를 하다보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눈에 잘 안띄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중에 신문에 나가도 그 사람들은 별로 안 바뀔 겁니다. ‘저 사람들은 뭔데 쓸데없이 한심한 이야기만 늘어놓냐’ 이런 이야기나 하겠죠. 우리 같은 사람 이야기 들어봐야 하나도 바뀌는 게 없을 걸요.


〈정리 이호준기자〉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10211705061&code=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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