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note)/일상(diary)

저는 1년 전 알게 된, 전세사기피해자입니다.

쭈야해피 2024. 4.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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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자신을 탓하고 있다면, 혹여 제대로 안 알아본 개인의 잘못이라고 혀를 차고 있다면, 결코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가족이 변호사인 사람도 심지어 함께 계약서를 쓴 사람도 이런 일을 겪고 있고, 어른들과 함께 집을 구하고, 계약서를 쓴 사람도, 25년 간 국내 여러 곳에서 월세, 전세, 단기 집을 구해 본 사람도, 외국에서 집을 구해본 사람도 이번 일을 겪었으므로 결코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피할 수 없었던 불행한 사고를 겪은 것입니다.
 
절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만약에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갉아먹지 마세요. 교통사고처럼, 병원에 입원할 수 없고, 치료받지 못하는 일지만, 교통사고만큼 중대형 교통사고만큼 큰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혹시, 교통사고를 당해서 피를 흘리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는  사람에게 왜 부주의하게 다녔냐고 질타를 하시나요?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 서 있던 사람도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당신도 언젠가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기에, 우리는 신호체계를 지키고 그 안에서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니, 전세사기피해자를 '큰 사고를 당한 사람이라고 저 사고는 나도 당할 수 있다고 사회가 안전하지 못해서 안타깝다'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그리고 오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참 좋겠습니다. 


2023년 5월 8일 서부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에는 '서부경찰서'라는 발신인 정보가 떴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가?하고 미심쩍었지만 전화가 계속 울려서 받았다. 시간은 이미 저녁이었다. 집주인이 000000이냐고 물었다. 집주인은 임대업 사업자로 000000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 집주인과 두 차례 만났었고, 계약서도 2번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썼었다. 문제가 있으면 꼭 자신(경찰)에게 전화를 달라고 했다. 문제가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끊었다. 그날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은평구에도 전세사기왕이 있다고 기사가 났는데, 우리집은 괜찮냐고 물었다. 아빠가 등기를 다시 확인하라고 하셨다. 3~4달 전에 확인했을 때도 멀쩡했지만, 아빠의 당부에 바로 등기를 확인했다. 등기는 깨끗했었다.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경찰의 전화를 받고 보니 뭔가 많이 이상했다.
 
경찰에게 받은 전화를 끊고 아빠가 봤다는 뉴스를 찾아보았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첫 단독기사를 찾았다. YTN 기자가 은평구 전세사기 의심으로 불리는 사업장을 찾아가 만나지 못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카메라는 건물을 비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약서에 적혀있는 000000 업체 주소를 찾아서 네이버지도 거리뷰를 검색했다. 놀랍게도 YTN 기자가 찾아간 은평구 전세사기 의심 업체였다. 여러 번 돌려보았다. 우리 집주인이 뉴스 속 은평구 전세사기범이었던 것이다. 
 
이미 밤이 되었지만 다시 서부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경찰은 근무 중이었다. 여러 차례 물어서 현재 조사 중인 사람이 그 사람이 맞다고 뉴스 속 그 임대업체가 우리 집주인이 맞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았다. 첫 전화도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듯 얘기하고 끊은 것 같았다. 그날 밤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주 잠깐 눈을 붙였다. 
 
2023년 5월 9일  바로 다음날 은평구청 부동산정보과에 다녀왔다. 20일 가까이 뒤에 은평구에서 제공하는 무료 변호사 상담을 신청하였다. 은평구에서는 이미 전세사기 피해전담반을 꾸려 놓은 상황이었다. 이제 한 두 명씩 찾아오는 중이라고 했다. 이날 천만다행으로 교회 장로님 아드님이 전세사기 관련 전문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도사님 목사님 장로님 모두 전화를 주셨고, 변호사님과도 통화를 하였다. 계약서 등을 보냈고 상황들을 바로 설명해 주셨다. 너무 두근거리던 심장이 약간 진정되기 시작하였다. 
 
2023년 5월 10일  은평구 무료 변호사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 취소한 사람이 있었는데, 올 수 있냐고 연락을 주어서 가겠다고 했다.  상담을 받았다. 어제 전화 통화를 했던 아들 변호사님과 거의 비슷한 내용들을 설명해 주었고, 대응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구조법률공단으로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하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변호사 비용을 물었는데 본인은 500만 원에 성공사례도 받는다고 했다. 어제 아들 변호사님은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방법은 2가지인데 거의 셀프경매를 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제는 질문을 하려면 뭘 좀 알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무서웠다. 사흘째 밤부터는 잠을 잘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걱정과 위로와 기도를 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023년 5월 14일  예배를 드린 후 변호사님과 면담을 했다. 전반적인 진행 과정과 대략적인 비용을 설명해주셨다. 제일 첫 순서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계약종료 6개월 전 시작) 11월에 계약 종료인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다. 총 비용은 1,000만 원 가까이 드는 것으로(의사표시 공시송달>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판결·집행>강제경매신청(경매예납금 등)) 파악이 되었다. 기간은 빠르면 1년 6개월.(처음에는 1년인 줄 알았다. 계약종료부터 1년이었다.)
 
2023년 5월 15일  변호사님이 000000 업체에 내용증명 발송. 변호사 수임료 카드결제 입금 330만원
2023년 5월 17일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 신청. 이때부터 전자소송으로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번이나 등기가 수취인 불명으로 처리되는지, 법원에서는 그다음 상황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등을 천천히 하지만 조금씩 진전되는 것을 인터넷으로 가끔 확인할 수 있었다. 집주인에게 전화하는 것이 무서웠다. 사기꾼이라니.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뭔가 잘못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변호사님이 자기가 전화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사이 서부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진술서를 쓰러 오라고 했었다. 사기사건으로 고소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인데,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아직 피해가 발생하기 전이었고(이유는 모두 얼마 전 재계약을 했기 때문, 돈이 없는데 재계약을 당겨서 진행하였음은 물론 모두 전세금을 일부 올려서 받았음), 100 가구가 넘는 세대를 담당 경찰관이 혼자 하고 있어서 엄청 바쁜 것으로 보였다.(경찰 본인이 전화를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2번 전화했는데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다 잠자코..)
 
2023년 6월 8일   은평구청을 방문하여 전세사기피해자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피해자 결정은 2달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2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2023년 8월 24일 피해자 결정문을 국토교통부로부터 등기로 받았다. 같은 건물 2가구는 미리 받았고, 나는 조금 더 늦게 받았다. 더 늦게 받은 가구도 있고, 이의신청서까지 작성해서 받은 가구도 있다. 

 


  
2023년 7월 어느날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나 등기가 전혀 먹히지 않아서 고생을 했는데, 드디어 전화가 왔다. 변호사는 모르는 사람이니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하라'고 했다. 자기는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를 하지 않는다고. 알겠다고 했다. 집도 빼주겠다고 했는데. 이사 날짜를 맞춰야 하니까 기다리라고도 했다. 계약서를 보내달라고도 했다. 지금 계약서를 볼 수가 없어서 그런다고. 계약서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그러고는 또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23년 9월 29일   집주인에게 문자가 왔다. 계약서를 일요일에 팩스로 보내라고. 계약서를 구청, 세무서, 임대등록해야 하니까 10월 27일 일 10시까지 팩스로 보내라고. 암호 같은 문자가 추석 연휴 전날 새벽에 왔다. 다른 가구들도 모두 받았다고 했는데. 다들 어이가 없었다. 변호사님께 전화해서 물어보았더니 안 보내도 된다고, 마음이 급해서 그랬을 거라고 했다.
 
2023 11월 어느날   건물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생겼다. 건물 계단·복도·주차장 에도 청소가 되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 승강기 유지관리료도 미납이었고 건물 청소 관리비도 미납이었다.(추후에 알아보니 건물 청소는 2년 동안 2개 건물이 미납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관리비를 계속 내고 있는 가구도 있었고, 5월부터 관리비를 내지 않고 있던 가구도 있었다. 122만 원은 관리비를 내지 않고 있던 가구가 1/n로 내기로 했다. 앞으로 관리비는 1명이 담당하여 걷고, 공동전기와 승강기 관리비를 지출하기로 했다. 건물 청소는 가구가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1층 로비에 구비해 두었다. 뉴스에 나오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우리 건물에도 일어났다. 체납한 사람은 집주인이지만, 알아보고 처리하는 것은 모두 피해자들의 몫이었다.
 
2023년 11월 어느날(날짜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장 접수.  811500원 법원 송금(인지세 송달료). 소송을 접수하기 전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집주인은 9월에 전화번호를 바꾼 것 같았다) 계약서에 적힌 번호로 문자를 남겼고, 다음에는 바뀐 번호로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파서 병원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계약종료일이라고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더니 답이 없었다. 
2024년 3월 14일     최종변론 재판일. 피고의 변론을 듣는 재판인 것 같은데, 피고는 출석하지 않았다. 전세사기꾼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 나 몰라라 하고 모든 재산을 은닉하고 피신한다. 의무나 책임 따위는 없었다. 
2024년 4월  11일     판결 선고. 원고 승소. 
2024년 4월 12일      판결문 송달. 집행문 발급. 
 
약 5달 동안 소송이 진행되었고 잘 마무리가 되어서 원고 승소를 받았습니다.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입니다. 경매신청에 바로 들어갔습니다. 경매 진행 과정도 8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실제는 얼마나 걸릴지 또 천천히 그렇지만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매달 놀랍도록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일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을 졸였고,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래서 아픈 곳도 생겼고 그래서 무기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열심히 일을 했고, 돈을 모았습니다. 전세자금 대출은 은행에서 대출 전환을 받지 못해서 가족에게 빌렸습니다. 현재 갚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세사기피해자 전세자금 대환대출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11월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경매 진행 부분은 다른 상황들이 생기면 또 정리할 예정입니다. 기나긴 싸움입니다. 좋은 변호사님을 만나는 것이 제일 먼저인 것 같습니다. 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현재까지 도움받은 것이 없습니다. 3번 정도 전화했었는데 그중 마지막은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렇지만 전화를 받는 분은 잘못이 없으니까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뿐이었습니다. 
 
피해자 심리상담센터에서 전화로 2~30분간 통화해서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1번 전화상담을 받았는데, 또 그때처럼 갑자기 불안해지고 답답해지면 다시 전화상담을 요청해 볼 생각입니다. 
 
**궁금한 게 생겼을 때, 모르는 일 궁금한 일이 참 많았습니다. 저는 바로 변호사님께 여쭤보았고, 경매 부분은 아래 카페에서 참고했습니다.  
 
민사소송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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