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학동네에서 매년 선정하고 있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후기입니다. 등단한지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의 중단편 작품들을 모아 심사를 진행하고 대상과 수상작품을 선정하여 엮어서 책을 내는 방식입니다. 작품과 작가의 말, 평론가의 해설이 각각 실리고 최후에 심사평이 이어집니다. (저는 해설까지만 읽고 심사평은 읽지 않았답니다~)
2020년이 11회 째를 맞이했는데요, 언젠가 부터 저도 꼬박꼬박 읽고 있어요~ 그런데, 2019년 10회 작품집은 사다놓고 읽은 줄 알고 그대로 꽂혀있었네요..ㅋㅋ 그래서 다음번 독후감 중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ㅋㅎㅋㅎ 2018 9회 작품집을 읽고는 조금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는 않았어요.
2018 9회 작품집은 대부분 죽음과 이별에 대한 주제가 주였다면, 2020 11회 작품집의 주요 주제는 젠더와 퀴어에 대한 것입니다.
어느 순간 사회 이슈와 트렌드 전반에 대한 흐름을 단편문학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문제 의식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게 되는 거 같아요. 더욱이 문학이라는 장르는 소외되고 버려지고 혹은 드러난 뒤의 이면에 자리잡은 우리의 현실과 얼굴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도 이렇게 꼬박꼬박 중단편을 읽곤 하는 거겠죠. 궁금해서요. 내가 보거나 듣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곳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내가 모른다고 해서 관심 없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거나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는 거니까. 그리고 책을 읽지 않고 또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이상할 것도 1도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결국 취향의 문제가 되겠죠. 저의 취향은 이제야 다 읽은(2달은 족히 걸린) 매년 발간되는 젊은작가상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상 수상작은 강화길 작가님의 '음복'
수상작가님들의 메시지와 사인이 담겨있어요~ 손글씨가 굉장히 반갑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기억해 두고 싶은 문장이나 내용이 있는 곳을 표기해 두었다가, 이렇게 블로그에 옮겨 적고 있어요. 블로그가 일기 같은 것이기 때문에 기록을 해두면 다음에 그 책 내용이 뭐였더라? 하고 찾아본 후에 '아~' 하고 상기할 수 있거든요.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문장을 보면 대부분은 그 문맥을 쉽게 떠올릴 수 있어요.
음복(飮福)_ 강화길
pg. 31
그는 그 요리를 떨떠름하게 대했다. 그러면서도 몇 번이나 다시 만들게 하고, 매번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래서 이후 해마다 생일이면 그 요리를 먹어야 했다. 해마다 월남에서 돌아왔던 날이면 그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러니까 아내가 만들 수 없는 음식, 먹고 싶지 않은 음식,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 함께 먹을 수 없는 음식, 그 제수, 제찬, 제물, 그것을 먹어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혈관이 지방으로 막혀버렸다. 터져버렸다. 죽어버렸다. 그래서 부디 제발, 이제는 꺼져버렸으면 좋겠는데, 되풀이되는 기억 속에서 귀신처럼 들러붙어 계속 나타나는 사람.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않은 사람. 그래. 바로 그가 내 옆에 있었다.
(해설) 여성가족주의 스릴러_오은교
pg. 45
제사라는 가족 행사가 잘 보여주듯 가부장제의 법은 아버지의 것이지만, 그것을 집행하는 노동자는 여성들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범용한 여성혐오적 경구의 참뜻은 가부장제라는 차별적 이데올로기를 매끈하게 만드는 모든 지저분하고 치사한 인식, 행위, 감정노동 들을 여성들이 도맡고 있다는 뜻이다. 제사상의 주인은 시할아버지이지만 시댁의 살림을 이끌어온 이는 시할머니이고, 제사를 집전하는 이는 시아버지이지만 제사를 준비하는 이는 시어머니이며, 만찬을 즐기는 이는 남편이지만 제사가 무사히 진행되도록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은 시고모이다.
pg. 49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밀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는 시어머니의 문자를 받은 후 '나'는 남편의 천진하고 고운 그 얼굴을 가만히 떠올리며 되새긴다.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38쪽) 따라서 남편을 향한 '나'의 사랑은 권력에의 욕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어 '나'는 '아무것도 몰라도 되는 딸'이라는 미래의 존재를 어둠 속에서 조용히 꿈꾼다. "걔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것도."(39쪽)
처음에는 막연히 '아니 어쩜!' 이라며 악역을 흘겨보며 읽었다. 그렇게 악역은 한 사람에서 다른 한 사람으로 또 다른 한 사람으로 옮겨 갔다. 그런데 진짜 악역은... 그토록 내가 좋아하는 얼굴을 한 사람이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니.. 그래서 미래의 나의 자녀(딸)에게도 그 얼굴을 물려 주겠다고 다짐하다니..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도 있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때에 그 섬뜩하고 서늘한 감정이 내 안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또 다시 '이게 다... 그놈의 교육 탓이야..' 하며 넘기고 말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보고나면 다음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래 걸렸던 거 같다. 몇쪽 되지 않는 단편들을 넘기기가...
더 많은 문장은 더보기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_최은영
pg. 66
그녀의 책에는 내가 그때까지 읽어왔던 에세이들과는 다른 결이 있었다. 그녀의 글에서 그녀는 성공한 사람도, 자유로운 사람도, 세상 다른 사람들보다 어딘가 특별하고 특출한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자신을 타인처럼 여기고 있었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무심했고, 더 나아가 무정하기까지 했다.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 분명한 비참한 순간에 대해 기록하고는 바로 다음 단락에서 슈퍼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태연하게 스크류바를 먹는 장면을 적어넣는 식이었다. 본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런 식의 구성이 여러 번 반복되었는데, 그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에게는 그런 아프고 폭력적인 순간들이 스크류바를 먹는 순간만큼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었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pg. 75
나는 아직도 그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가 잔인함을 잔인함이라고 말하고, 저항을 저항이라고 소리 내어 말할 때 내 마음도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날것 그대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편으로는 덜 외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그럴 수 없었던, 그러지 않았던 내 비겁함을 동시에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g. 84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다음 문장이 어떻게 완성되었을지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어떤 문장이든, 그녀는 내가 자신보다는 나은 경험을 하기를, 자신이 겪었던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자존심이자 힘이었으리라는 생각도 한다. 자신의 조건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겪는 부당함을 인지하면서도 인정은 하지 않으려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그 마음이 그녀를 지켜주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동의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마음이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해설) 희미한 그러나 '빛'_선우은실
pg. 93
"비정규직 은행원" "다이어트가 필요한 어린 여자애" "기계"와 같은 표현은 공적 영역에서 희원의 삶이 불안정/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드러내는데, 이는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얽혀있다. 희원에게는 능력/기술적 측면에서 사회적 필요를 증명하는 동시에 '날씬한 여자'가 되기를 요구하는 성별에 대한 이중 억압이 부과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젠더는 그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다.
pg. 97
이는 글쓰기라는 행위에 수반되는 '사적이고도 공적인 문제를 발견하는 시선'에 대한 논평이다. 그런 점에서 희원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자신의 소극적인 글쓰기는 행위 면에서 실은 선생님의 에세이 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용산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음을 고백함과 동시에 삶에서 느끼는 지독한 염증에 대해 "아무것도 미화하지 않고 노골적으로"(66쪽) 쓴 것은 글쓰기의 방식에서 희원과 대비된다.
하지 않아도 아니 하지 못해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것 같은 어떤 말. 그래서 아주 희미하게 나마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길...
그런 생활_김봉곤
pg. 114
그에게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는데 그래도 꼭 해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나의 집에서 자고 가는 것이었고, 이런저런 조율 끝에 우리의 리추얼로 잘 자리잡아가는 중이었다.
pg. 132
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니가 그렇다는 사실에 대한 미안함을 안 가져도 될지는 모르지만 고모의 삶이 무너진 것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미안해야 하고 용서를 빌어야 해. 그걸 하지 않으면 봉곤아, 너 진짜 비겁한 사람이야. 니가 행복하다면 지금은 아니지만 고모는 언젠가는 받아들이겠지. 그걸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고모 마음 풀리게, 엄마가 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표현은 서툴지만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안다고 문자라도 넣어라. 가만히 있지 말고 고모 마음 풀리게 노력해.
pg. 145
그러나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오가고, 비교하고, 너무 과하거나 너무 무심해 보이지 않을까 자기검열하고, 그런 나의 구질구질함을 견디고, 그리하여 이만구천원짜리 남방을 집어들고선 만족하는 것. 어머, 이거 싸구련데 생각보다 괜찮지 않아? 하고 말하는 것. 그것은 저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산문성과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pg. 149
"기죽지 말고. 어디 가서 기죽을 필요 없고, 미우나 고우나 내 아들이니까. 내 새끼다."
"응, 알았다 엄마."
엄마조차 용기를 내어 했을 말, 엄마니까 할 수 있었을 말, 하지만 엄마답지는 않은 문장들....에 나는 조금 감동을 하려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말은 영락없는 엄마였다.
"일단 저축을 해라 저축. 메이카 사 입지 말고."
(해설) 매번 갱신되는 오늘, 사랑을 다시 쓰면 열리는 시간_김건형
pg. 158
알고 싶지 않았던, 그들의 핵심에 있는 욕망과 끝내 맞닥뜨렸을 때의 두려움에 가깝다. 기대하던 방법으로 사랑을 되돌려받지 못할 때, '나'가 알던 그들과 그들의 욕망 사이의 거리가 드러난다. 그 거리를 의식할 때마다 '나'는 이성애 중심적 가족의 미래지향적 금욕주의에서도, 독신자 게이의 제약 없는 현세주의에서도 자신의 생활을 기입할 틈을 찾지 못해 곤혹스러워진다.
'그런 생활'이라고 따로 규정하더라도, 다른 의식으로 보더라도,(실제는 신경쓰지 않지만, 혹여 신경써서 읽더라도) 아니 글쎄 나의 심정과 똑같으며, 아니 글쎄 우리 엄마와 나의 대화와 너무나도 똑같아서 '맞아맞아'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내게는 이 이야기가 딱 그런 소설이었다. '어머머... 내 마음이잖아. 내 생각이잖아. 우리 엄마랑 내 얘기인가?'하는...
그런데 나는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은 싫다. 나의 이해하지 못할 면모를 신비롭게 생각하기 보다는 ... 그런 아이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생각해주길... 그런게 아니더라도 마음이 바쁘다는 걸 잘 아는 세계에 속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른 세계에서도_이현석
pg. 191
언니가 내뿜은 연기가 길 위로 흩날렸지요.
"옳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을 수는 없더라고."
pg. 202
다만 확실한 것은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사실. 꼬물거리는 손으로 당신이 내 손가락을 잡자마자 나는 당신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되겠지만. 하지만 나는 또한,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동생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해설) 다른 세계로_이지은
pg. 208
여성에게 전공 선택을 제한하는 의대 풍토 때문에 굳이 상경하여 종합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해수의 사정을 헤어린다면 엄마의 걱정을 극성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일반적인 고용조건보다 나을 것이라 기대되는 전문직 분야에서마저 여성 차별이 공고히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pg. 210
그러나 희진은 "옳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을 수는 없"(같은 쪽)다고 말한다. '낙태죄 폐지'라는 현실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도덕적 우위를 잃으면 안 된다"(같은 쪽)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더이상 희진과 함께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희진은 '도덕적 우위'를 잃지 않으려 할 뿐 '도덕' 그 자체를 심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도덕이란 한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의 기준이고, 이 규범은 그 사회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생활습관과 관습에서 비롯된다.
pg. 212
'나'가 '이 세계'에 완전히 합류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이질감이라면, 소설의 말미에서 '나'가 이 감정으로부터 놓여나게 되었다는 것은 '다른 세계'를 적극적으로 꿈꾸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다른 세계'를 적극적으로 꿈꾸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다른 세계'의 의미가 태어날 조카를 기쁘게 맞이하는 세계 혹은 동생 해수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는 세계, 이 둘 중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어느 쪽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세계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구구절절 ... 그래 여동생이나 자녀, 조카가 있고, 세계가 원하는 세계에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도 있고, 다른 세계를 꿈꾸나 그것이 무엇인지 막연하게나마도 잡히지 않을 때. 아... 다른 세계에서도 그 생명을 향한 나의 사랑이 굳건할 것이라는 것. 나는 그 말뜻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많이 울었다. 작은 우리의 천사를 떠올리며...
인지 공간_김초엽
pg. 242
그래서 나의 회고는 상당 부분 이브의 기억에 의존한다. 내가 그때 정말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브의 말에 그런 눈빛으로 그렇게 웃어 보였는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브가 내게 건넸던 어떤 말은 분명히 기억한다.
SF 소설은 초반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SF 영화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SF 이야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의 찬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 현실에 대입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 역시 어떤 시점에서는 SF 였을 테니까..
우리(畜舍)의 환대_장희원
pg. 302
그가 상자에 미어터지도록 물건을 담는 아내를 보면서 물었다. "당신은 몰라." 아내는 옷가지 위로 김 봉지를 던졌다. "뭐라고?" "당신은 모른다고." 아내는 상자에 테이프를 여러 번 붙이며 말했다. "이게 다 필요한 것들이야. 영재에게 필요한 것들이라고."
(작가노트) 죄인
pg. 327
이따금 나는 살면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아주 중요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를 내 손으로 놓아버리고 말았다. 그럴 때면 내 잘못으로 헤어진 사람들을 생각한다.
(해설) 눈부신 축사_김녕
pg. 334
단지 익숙한 것을 가까이하고 익숙한 것으로 삶을 구성하려는 관성이 낯선 것들을 '우리'의 세계 바깥으로, "어두침침하고 더러운"(319쪽) '축사'로 의미화하도록 한다. 하나 실은 더 좁고 어두운 곳에 갇힌 것은 오히려 이쪽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단지 환대하는/받는 자의 위치를 뒤바꾸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축사'의 내부/외부마저 뒤집어서, 실은 이쪽에서 축사라 일컫는 저편이야말로 더욱 광대하고 자유로운 세계이며 안온하고 무결하게 느껴지는 이편이야말로 좁고 어두운 축사임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고.. 문득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문득 한달음에 달려가 손잡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뻥 뚫린 기분. 오뉴월에 슝~슝~하고 시린 바람이 지나가는 마음이 되었네요.
내일은 현실로 돌아와야겠습니다. 몇몇 구절들과 감상들은 절로 기록하지 않기도 했어요. 너무 솔직해지면 이 다음에 이 일기장을 들춰보았을때 이불킥을 할 것만 같아서 말이죠. :")
밤이 깊었네요. 6월의 끝자락에 이르렀더니 자정을 맞이하는 이 시각에도 목덜미가 식지 않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시기를 바라봅니다~